한나라당 당직자들은 23일 “이용호(李容湖) 비망록을 당에서 확보하고 있느냐”는 거듭되는 질문에 공식적으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비망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이재오(李在五) 총무 역시 이 부분에 관해선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검찰이 밝히는 내용이 우리가 입수한 자료와 제보보다 미흡할 경우 확인 절차를 거쳐 언제든지 이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는 이 총무의 주장은 비망록 사본의 확보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총무는 ‘자료와 제보’가 곧 비망록 자체인지에 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대답을 피하고 있다.
이 총무의 모호함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비친다. “있다”고 하면 검찰의 제시 요구를 피하기 어렵고, “없다”고 하면 의혹 제기의 신빙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에 들어온 제보가 대단히 구체적일 뿐 아니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동생 관련 부분이 사실로 확인되는 등 신뢰할 만 하다”면서 “이 총무가 갖고 있는 자료는 비망록 자체 라기보다 관련 내용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사태주시속 野에 증거제출 요구
검찰은 23일 “한나라당이 비망록을 가지고 있다면 왜 검찰에 주지 못하느냐”고 반박했다.
지난해 이용호씨 수사의 주임검사였던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 김인원(金仁垣) 검사는 “검찰이 비망록을 확보하고도 묵살한 것처럼 신문에 보도된 것은음해”라며 “인생이 걸린 문제인 만큼 내용을 보도한 모 석간신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대검 특별감찰본부도 확인작업에 나섰다. 특본은 22일 자체확인 결과 대검 중수부등으로부터 “비망록은 없다”는 답변을 들은 뒤 이날 오후 3시 한나라당에 관계자를 보내 증거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협조를거부, 결국 비망록 입수를 포기했다. 특본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비망록 등 자료를 줄 수 없다는 것인지, 안 갖고 있다는 것인지 답변이 애매해갈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비망록 공방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與 "비망록 없다"…특검제 수용시사도
민주당은 23일 “이용호 비망록은 없다. 야당은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로 국가적 위기를 조성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명섭(金明燮) 총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망록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비망록이 있다면 한나라당은 언론에만 흘려 잡음을 오래 끌 게 아니라 검찰에 제출해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25일까지 검찰 수사가 이뤄진 뒤 특검제를 하든 뭘하든 의심이 있으면 문제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특검제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도 “비망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야당은 국민적 혼란을 조성한 데 대해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이용호씨의 부하 직원 몇몇이 일부 서류를 한나라당측에 전달했다는 설이 있으나 이용호 비망록은 없다”고 주장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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