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미국의 아프간 공격 계획을규탄하는 시위가 한창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중심가 아파라초크. 1,000여명의 시위대가 땡볕 아래서 비지땀을 흘리며 이슬람 지도자들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었다.군중 속에는 영어와 우루두어로 된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7~8세의 소년들도 보였다. 흰 천에 “USA: Unrighteous, Seditious, Arrogant”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시선을 끌었다. 부당하고, 선동적이며, 오만한 미국. 이 단어들 가운데는 전세계를 상대로 대 테러 전쟁에 나선 미국을 바라보는 이슬람권의 시각이담겨있다.
대다수 이슬람 교도들은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의 속도’ 이상으로 강행되고 있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 부당성을 한 목소리로 성토한다.
탈레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며 이날 시위의 주요 연사로 나온 마울라난 사미울 하크씨도“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전개되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공개적인 테러 행위가 될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다음으로 이슬람권의 입장에서 미국의전방위 압력은 다분히 선동적으로 보인다. 이들은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 참사 직후 사용한 ‘crusade(십자군 전쟁)’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이슬람권에 대한 기독교 문명권의 선전 포고일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이들이 볼 때 미국은 언제나 오만하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50대의 남자는 “오직 알라신만이 슈퍼파워다!”라고 외치며 주먹을 치켜 올렸다.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소년에게“여기에 왜 나왔느냐”고 묻자 흰 가운을 걸친 의사인 듯한 다른 남자가 정색을 하고 나섰다. “이 친구는 결코 애가 아니다. 미국이 아프간을 치는순간, 바로 전선으로 달려나갈 무자헤딘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 이슬람 성직자는 얼마전 “미국이 한 사람의 빈 라덴을 처형하면 수백명의 빈 라덴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위현장에서 확인할수 있었다.
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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