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대우차 인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아깝다’ ‘후련하다’ ‘걱정된다’ 등의 세 마디로 요약된다. 국민들이 아깝다고 느끼는 점은 대우차가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를 누비면서 우리 국민의 긍지를 높여 왔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였는데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다는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다.그것 이상으로 국민들은 대우차가 너무 헐값에 외국기업에 넘어가게 되었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합의된인수 가격인 4억 달러는 이전에 결렬되었던 포드와의 협상에서 제시된 70억 달러에 전체를 인수하는 조건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싸게 파는 셈이 된다.
또한 4개의 생산공장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GM이 지불할 4억 달러는 자동차 산업에서 생산공장 하나를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액수이다.
물론 여러 차례의 매각 협상에서 실패하였다는 점, 대우차 문제가 한국경제 전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번 매각을 꼭 성사시켜야하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따라서 우리측의 협상 교섭력이 많이 약화 되었으리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번 인수 발표를 보고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측의 교섭력이 약화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협상결과가 GM측에 너무 유리하게 나와 놀랐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이번 대우차 매각을 보고 국민들은 환부를 도려낸 환자처럼 후련함을 느끼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우리 경제위기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던 대우차 문제가 일단은 해결돼 길고 어두운 터널을 겨우 빠져 나온 듯한 느낌은 든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GM의 투자를 유치하였다는 것은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고 향후 투자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그 후련함의 근저에는 체념의 마음이 있음을 정부는 놓쳐서는 안 될것이다.
이번 매각 이전까지 대우차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는지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합의이전까지 드러난 정부의 협상전략 부재와 시행착오들이 국민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자금과 시간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해하기 힘든헐값에 대우차를 넘기는 결과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끝났으니 잊어야지” 하며 한숨 섞인 체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대우차 매각이 발표된 후에도 국민들의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합병의 성공률은5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GM의 대우차 인수와 같이 외국기업이 인수하는 경우에는 인수 후의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조직 통합과정의 어려움과 경영환경적 차이 등으로 인수의 성공률이 더욱 낮아진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대표적 해외 인수 합병의 경우인 크라이슬러와 다임러사의 합병,BMW와 로버사의 합병 등이 실패라고 평가 받는 것은 그만큼 인수 후 관리 과정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GM의 대우 인수 후 경영 성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다면 이는 GM에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도 커다란 암초로 다시 등장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 매각의 성사보다는 향후 대우가 GM에 의해 성공적으로 회생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여야 한다.향후 GM과의 대우 관리 과정에서 정부가 ‘윈-윈’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냐하면 정부는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했고 또한 체계적인 매각 전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때문이다. 정부는 대우 회생을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철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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