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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전문가 에즈라보겔 교수 인터뷰 "南 차기정권때 北 큰변화 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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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전문가 에즈라보겔 교수 인터뷰 "南 차기정권때 北 큰변화 보일 것"

입력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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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세계적 석학 에즈라 보겔(71) 하버드대 교수가 서울평화상재단(이사장이철승) 초청으로 22일 방한했다.23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보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그는 이번 미국의 테러사태로 동북아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대북포용정책만 계속 편다면 북한도 남한의 차기 정권 때는 큰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평화상 제정 10주년 기념강연을 위해 내한한 보겔 교수는 또한 “미국은 경제적 지원으로 이슬람의 반미 세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7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해온 보겔교수는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고, 부시 정부 출범과 함께 동아시아 정책자문위원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네마리의 용_ 동아시아에서의 산업화’(1991) ‘일본은 아직도 세계 최고인가’(2000) 등의 저서가 있다.

▦ 미국의 대 테러전이 동북아 정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으로분류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의 태도는 바뀔 것인가.

_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에 비해 북한에 대해 덜 우호적이고, 조심스러운 것은사실이지만 경제적 원조가 절실한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부시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북한이 지금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 테러 입장을 밝힌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이 숨겨준 일본 테러리스트(적군파)의 귀환조치, 빈 라덴 등 테러리스트에 관한 정보 제공, 동남아 파키스탄 등으로의 무기 수출 금지, KAL기 폭발ㆍ아웅산 폭탄테러 등 과거 북한이 저지른 테러 사건에 대한 인정과 사과 등을 한다면 북한이 테러 지원국이란 굴레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테러 사건이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데는 대북 포용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보는가.

­_ 대북 포용정책은 남북 긴장관계 완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북한이 비록 폐쇄적이고 개방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지만 대북 포용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 좀더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인내심을 갖는것이 중요하다.

남한과의 경제협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소,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의 방북에서 보이듯, 북한은 분명 개방노선을 택하고 있다. 아마도 남한의 다음 정권에서 태도가 큰 폭으로 변화할 것 같다.

▦왜 차기 정권때 변화를 보인다는 것인가?

_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적 지원과 협력이다. 집권 말기인 현 정부보다 새정권에 보다 확실한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헌법 개정을 통한 재무장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변국이 경계하고 있다.어떻게 생각하는가.

_ 걸프전 당시 일본이 인력을 보내지 않고 돈만 지원한 것에 대해 미국인들이 실망했다. 일본도 이를 깨닫고 미국의 우방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번에는 의료진 등의 인력을 지원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의 군사파견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재무장화 움직임에 주변국이 긴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없다. 1930년대와 달리 일본이 무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지금은 시장원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중국의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

일본은 또 경제적 불안으로 군비에 많은 돈을 쓸 처지도 못 된다. 헌법 개정에 대한 우려도 높지만, 일본의 위상에 비춰볼 때 다른 나라가 강제한헌법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일본의 군사화와 관계없이 헌법 개정문제는 제기될 수 밖에 없으며 개정과정에서 많은 논의를 거칠 것이기때문에 그렇게 염려할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 테러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향후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_ 우려할 만한 요소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낙관적이다. 우선 이번 테러 사건이미국과 중국이 접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공동의 적으로삼아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이다.

이번 10월 상하이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도 이를 협의할 것으로 본다.

동북아의 가장 큰 이슈는 남북관계와 함께 중국ㆍ대만 문제다. 대만은 경제가 예전과달리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이 불가능하며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일본의 군사화도 주변국이 긴장할만한 정도는아니기 때문에, 일본도 스스로 반성해야겠지만 주변국 또한 일본에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번 테러과 관련 반미 감정도 무시할 수 없다는 소리도 높다.

_ ‘우리가 반대하는것은 테러이지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는 부시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좋은 것이었다. 미국내에도아랍계 국민들이 있다.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나 반미 감정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반미 감정이 확산돼 있긴 하지만 이슬람 국가들이 결국 원하는 것은 근대화와 경제적 성장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서이들 국가에 경제 원조를 한다면 이슬람 과격세력들도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고 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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