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서 가진 대(對)국민 연설의 핵심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성격을 3가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한 점이다.부시 대통령은 우선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선 4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사실상의최후통첩을 전달했다. 세계 제국에 대해선 미국의 편에 서든지, 적이 되든지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중립의 여지를 봉쇄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인에대해선 이번 전쟁이 국력을 모두 기울이는 총력전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각오와 인내를 호소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21세기 첫 전쟁’이 자유와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 세력이나 국가는 적대세력으로 간주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적과 우방의 개념을 테러와 반테러세력으로 단순화했다.
이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의선악에 대한 개념을 테러에 대한 입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또 테러세력을 ‘20세기 악의 후예들’으로 지칭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적이었던 파시즘,나치주의자, 전체주의자들의 연장선에 있는 집단이라고 성토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이번 전쟁을 “미국의 투쟁이 아니라 자유, 문명과 세계의 싸움”이라고밝혔다. 대 테러 전쟁을 2차 대전 못지 않은 세계적 규모의 장기 총력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메시지는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적시, 국가가 개전선포에 앞서 전달하는 최후통첩의 형식을 취했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에게 오사마 빈 라덴 뿐아니라 그 조직의 모든 지도자들을 미국에 인도할 것과 아프간내 모든 테러세력의 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빈 라덴의 자진 출국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해 앞으로 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거듭 밝힌 것이다. 외교적 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전쟁아니면 항복이냐는 양자택일을 요구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을 향해 앞으로 전개될 전쟁의 큰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각오를 다지도록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인내력을 요구하는 장기전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의회와 전국민들에게 동참해 줄 것을호소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부시연설 이모저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의회 연설은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로부터 무려 30여 차례나 기립 박수를 받는 등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부시는 이날 특별손님으로 초대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소개하면서 “영국보다 더 진정한 미국의 우방은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또 세계무역센터의 테러 피해 복구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도 소개했다.
부시가 1월 20일취임한 후 두 번째로 의회에서 연설한 자리에는 정부의 각료들과 사법부의 연방 대법관 등 3부 요인들이 모두 참석했으나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는 딕체니 부통령은 전시상태에서 국가통치권자의 분리거주 원칙에 따라 불참했다.
대통령 유고시 권력승계 서열 1위인 체니 부통령의 자리에는 서열 3위인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그 옆에는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이 상원의장 대리 자격으로 앉았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연설서두에서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모여 기도하는 등 테러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모두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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