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의 GM매각양해각서 체결로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토종세력’과, 세계 1위 GM이 인수할 대우차 및 세계 6위르노-닛산 그룹이 인수한 르노삼성차 등 ‘다국적군’의 국내시장 쟁탈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더욱이 현대차의지분을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차가 20% 가까이 갖고 있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중인 쌍용차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매각을 추진할 것으로보여 해외 자본의 공략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업체별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MS)은 현대차 45.2%, 기아차 28.6%, 대우차 16.9%, 쌍용차 6.6%, 르노삼성차 1.9%로. 대우차가GM으로 넘어가더라도 현대ㆍ기아차와 쌍용차의 MS가 80.4%(삼성상용차 0.8% 제외)에 달해 아직은 토종세력이 절대 우위다.
그러나 2~3년뒤에도 이같은 MS가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GM은 이르면 내년 4월 신설법인을 설립, 첨단 기술과 마케팅기법, 금융상품 등으로 토종세력의 ‘파이’를 빠르게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부에서는 “GM이 경영할 대우차의 MS가레간자, 누비라, 라노스 등 이른바 ‘대우 3총사’와 마티즈로월별 업계 1위를 차지했던 1998년 초의 33%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나온다.
르노삼성차도 SM5가 중형차 시장에서 매달 7,000대 안팎 판매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데다내년 초 중소형 SM3 모델을 출시, 2003년까지 MS를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물론 해외업체가넘어야할 과제가 널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GM은 국내 여론 및 대우차 노조 등과의 힘겨루기를 거쳐 대우차를 정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르노도SM시리즈를 반석위에 올려놓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GM과 르노가2~3년내에 우리 시장에 안착한다면 8월말 현재 75% 안팎인 현대ㆍ기아차의 MS가 50~60%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현대ㆍ기아차는GM과 르노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MS를 최대한 높이고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등 앞으로 남은 2~3년간 안팎에서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키워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품질경쟁력 확보, 유통망 정비, 서비스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딜러망을 확대, 판매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또 다임러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한 대형ㆍ상용차 개발과 가격ㆍ품질 경쟁력을 갖춘 신 차종, 그리고 유럽시장을 겨냥해 독자 개발한 ‘월드카’를 중심으로해외시장에서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레저용차량(RV) 및 경ㆍ소형차를 기아차로 특화해 기아차와의 역할분담도 심도있게 모색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부평공장 노조 강력반발
대우차 부평공장 노조는 이 날 매각안 발표장인 산업은행에 200여명의 노조원을 보내 항의집회를 여는 등 격렬히 반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일괄매각을 관철하겠다던 사측이 이제 와서 ‘이나마 다행’이라며 발을 뺐다”고 주장했다.
최종학(崔鍾鶴ㆍ33) 대변인은 “기술개발-투자-판매라는 핵심적인 생존조건을 상실하고 위탁생산만을 맡게 된 부평공장은 제2, 제3의 정리해고 과정을 겪은 뒤 결국 청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장내에는 ‘임금지급이 잠시 중단된다’ ‘노조와 사무직 노동자 직장발전위원회가 행동에 돌입한다’ 등 흉흉한 소문이 돌아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생산관리 2부 김모(36)씨는 “지금도 50만대 생산능력 중 20만대의 설비만 돌리고 있고 최대주주인 채권자의 투자여력도 없는데 회생할 가망이 있겠느냐”고 되물은 뒤 “6년이란 장기간의 시험 기간을 두는 것은 GM이 부평공장 폐쇄의 명분을 쌓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과 시민들은 부평공장이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일단 공장 폐쇄를 면한 것을 반겼다. 관리직 강모(39)씨는 “6년안에 수출이 회복된다면 GM 인수든 독자생존이든 돌파구는 있다”고 말했다.
시민 박병성(朴炳成ㆍ46ㆍ인천 부평구 성남동)씨는 “공장 근처 청천동의 술집과 식당 60%가 문을 닫았는데 새주인을 맞으면 최악의 주변 경기도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시 고윤환(高潤煥ㆍ45) 경제통상국장은 “연구개발비, 운영경비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른다면 새 회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매각협상 뒷얘기
○…대우차 채권단은 GM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 은밀히 일본 도요타사에 대우차 위탁생산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도요타사는이 때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강경한 노조문제는 곤란하다”며 부평공장까지 맡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관계자는 “도요타뿐만 아니라 미국 포드에도 대우차 인수의사를 타진했고, 이런 소문이 퍼지자 GM이 바짝 긴장해 서둘러 최종 인수제안서를 보내왔다”고말했다.
○…당초 GM이 제시한 대우차 인수가격은 이번에 합의된 20억 달러에 턱없이 못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처음에GM은 ‘신부(대우차)를 곱게 화장시켜 지참금까지 얹어 시집 보내달라’고 요구했었다”며 “당초 제시한 가격은 마이너스 10억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고보면 된다”고 말했다.
○…협상기간 내내 양측은 엄포와 배짱작전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막판에 “8월말까지 성과 없으면 대안을 강구하겠다”는정부의 엄포와 채권단의 도요타 접촉 등으로 마음이 다급해진 GM이 최종 제안서를 보내왔으나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 총재는 일부 내용을문제 삼아 4~5차례나 되돌려보내는 등 GM의 속을 태웠다는 후문이다.
MOU에 서명할 때도 GM은 당초 앨런 패리튼 아태지역 전략담당 이사와 정 총재를서명자로 지목했으나 정 총재가 “우리측도 이사급으로 낮추라”고 맞섰고, 결국 루디 슐레이스 아태지역 사장이 정 총재와 함께 서명자로 나서게 됐다.
정 총재는 GM을 “세계에서 가장 힘든 협상 대상자”라고 했고, GM 역시 “저렇게 지독한 협상자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는후문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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