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회장 이용호(李容湖)씨 로비의혹과 관련, 각자 다른 입장에서 나름대로 명예를 건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 한부환(韓富煥) 대전고검장, 유창종(柳昌宗) 대검 중수부장의 30년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신 총장과 임 고검장은 오랫동안 검찰의 호남인맥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었다. 전임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 시절, 신 총장은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지목됐던 ‘실세 대검차장’이었고 임 고검장은 건국 이후 두번째이자 30년만에 나온 호남 출신 서울지검장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이제 신 총장은 스스로 특별감찰본부 설치를 결정, 사건수사에서 손을 뗐다. 검찰조직을 위해 ‘자유로운 입장’이 된 신 총장은 더 이상 임 고검장에 대한 ‘방패’나 ‘창’이 될 수 없다.
신 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 수사를 지휘하는 유 검사장의 입장도 편하지는 않다.신 총장과 유 검사장은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지휘하면서 이건개(李健介) 대전고검장, 박철언(朴哲彦) 의원 등을 수사할 당시 각각 서울지검 3차장과 강력부장으로 손발을 맞춘 일이 있다.
당시 신 총장은 빗발치던 압력을 막아내는 버팀목 역할을 수행, 유 검사장과 함께 수사의 표본을 보여줬다는평가를 얻어냈다. 유 검사장으로서는 경우에 따라 신 총장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이번 수사가 마음 편할 리 없다.
특별감찰본부장을 맡아 동기인 임 고검장을 조사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한 고검장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지난 99년 6월 당시 박 총장의 사시8회 동기 8명이 전격 퇴진한 뒤 나란히 검찰의 꽃인 서울지검장과 법무부 감찰국장에 임명돼 사시12회 전성시대를 열었던 장본인들.
그러나 한 고검장도 검찰의 위기상황 타개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는 만큼 동기의 곤경을 마냥 감싸줄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 고검장과 유 검사장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흐를 수 있다. 수사권도 가지고 있는특본인 만큼 경우에 따라 한 고검장이 중수부의 위에 서서 수사를 끌고 갈 수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특본이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경우 양 조직간에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고검장은 또 지난 99년 3월 박상천(朴相千) 법무 장관 재직당시 ‘공직비리 수사처’ 신설을 제안, 하마터면 대검 중수부를 폐지시킬 뻔 한 적도 있어 이래저래 중수부와 본의 아닌 악연을 쌓고 있는 셈이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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