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그룹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로비의혹 사건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검찰 고위층은물론이고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정치권 등 핵심 권력기관의 인사 상당수가 이씨의 전방위 로비에 직ㆍ간접 연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있다.본보(9월11일자31면)가 이씨에 대한 서울지검 특수부의 불입건 처분 의혹을처음 특종보도할 당시만 해도 로비의혹은 일부의 검찰 간부에 국한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특수부가 이씨와 관련자 10여명을 긴급체포한 뒤 압수수색까지 실시하고도 하룻만에 풀어준 사실, 당시 임휘윤(任彙潤) 서울지검장이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수사진에 ‘신중한 검토’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더욱이 금감원은 이씨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늑장조사로 일관했고 국세청도 이씨 계열사의 탈세에 대해가벼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국정원과 청와대, 국세청 간부에게까지 로비의 손길이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급기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이 이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힘있는 기관마다 전방위적, 구조적인 로비가 이뤄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학연, 혈연을 동원한로비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검찰은 뒤늦게나마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연하고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단순히 구색맞추기나 면피용에 그친다면 더이상 희망이 없다. 검찰 조직 자체가 국민적 불신에 부딪혀 난파할지도 모른다.
또 다시 취재기를 쓸 수 있을 때 “이렇게 검찰이 살아났다”고 쓰고 싶다.
배성규 사회부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