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1일 미국의 테러대참사 이후 우리 정부가 내놓은 주요 대책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홍콩, 대만 등 경쟁국과 비교할 때도 정책의 강도나 신속성 측면 모두에서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이 경쟁국에 비해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한은의 뒤늦은 금리인하
20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태러사태 이후 국제경제 동향 및 대응방안’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금융ㆍ외환정책 대부분이 선진국과 경쟁국의 정책을 뒤쫓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표적 정책인 금리인하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은 17일 금리를 일제히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선제적인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취했다.
또 다음 날인 18일에는 일본(0.15%포인트),영국(0.25%포인트), 홍콩(0.5%포인트), 대만(0.5%포인트) 등의 중앙은행도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반면 한국은행은 19일에야 뒤늦게 콜금리를 내려 시장관계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 증시대책 뒷북치기
유동성 공급과 직접적인 증시대책도 ‘뒷북치기’식으로 진행됐다.미국은 15일 자사주 규제완화,내부자 거래완화 등의 대책을 발표한 뒤 증시를 개장했고,일본은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주식가격 제한폭을 2분의1로 축소하는 한편 12일에는 단기채 매입을 통해 2조엔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대만 역시12일 증시를 휴장시킨데 이어, 19일부터는 주가 하락폭을 28일까지 기존7%에서 3.5%로 축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12일 이후 긴급 경제장관간담회와 금융정책협의회 등 5차례의 대책회의가 열렸으나 대부분이‘대책을 검토 중’이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테러사태 이후 가시적으로 단행된 조치는 17일 총액한도 대출 2조원 확대, 자사주 매입절차 확대 등에 불과하다.
정부의 소극 대응으로 우리나라 주가와 외환시장은 경쟁국에 비해 훨씬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테러사태 이후19일까지 국내 증시(하락률9.96%)는 당사국인 미국(마이너스 8.81%)은 물론 일본(마이너스 3.43%), 영국(0.51%), 홍콩(8.25%), 대만(9.47%)등에 비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또 일본 엔화(1.38%절상), 유로화(1.46% 절상),대만 달러(0.23%절상) 등이 미국의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원화환율은 오히려 0.05% 절하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가 급작스런 대외 위기상황 발생에 따른 단계별 시나리오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은 데다가, 테러사태 이후 선제적으로 정책을 펴기 보다는 선진국과 경쟁국의 눈치를 살피는 바람에 주요 대책이 실기(失機)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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