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조종간을 넘겨주지 않겠다.”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진 등이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참사와 같은 항공기납치 자살공격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우선 테러범들이 객실을 장악한 후에도 조종간은 손댈 수 없도록 조종실을‘요새화’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설정, 6개월 내에 실용화할 계획이다. NASA에 따르면 이미 총탄과 도끼 공격에도 끄덕 없는 조종실 출입문이 개발됐으며, 수류탄 실험이 진행중이다.
연구진은 또 테러범들이 조종간을 탈취한 경우에도 미사일처럼 목표물로 뛰어드는 사태를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실험은 위치추적시스템(GPS)과 자동항법장치 등 기존의 기술을 응용, 결합해 발전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NASA의 항공사고 예방책임자 존 화이트는 19일 “F16 전투기를 대상으로 비상 상황에서 비행기가 스스로 건물 등을 피해 나가는 실험을 하고 있으며 큰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 항법장치와 컴퓨터 제어 시스템 등이 ‘비행금지 구역’을 인식케 해 ‘우발적 충돌’을 피하도록 한 이 실험은 그러나 순수한 조종사 사고 등의 상황을 전제로 개발이 추진돼 왔다.
화이트는 “현 기술 수준으로 보아 F16 실험의 완전 성공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조종간을 쥔 테러범들이 백악관을 향할 때 비행금지 경고와 함께 비행기가 목표를 피해 방향을 틀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NASA는 이와 함께 납치된 민항기의 조종간 기능을 지상관제탑에서 완전 차단한 후 관제탑이 직접 조종을 맡아 안전지대로 옮기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아 계속 추진키로 했다.
미국 민간항공운송협회도 관제탑이 조종사와 교신하는 것 외에도 조종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TV카메라 등을 통해 지상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종사들은 그동안 이 시스템을 사생활 침해라고 반대해 왔다. 그러나 협회측은 “안전문제가 조종사의 사생활보다 더 중요하다는 게 이번 테러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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