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파키스탄에 이어 러시아의 실질적인 지원을 사실상 확보함으로써 북쪽과 남쪽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 루트를 다져가고 있다.파키스탄은 19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군기의 영공통과 허용, 군 기지 및 아프간 관련 정보 제공, 병참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러시아가 이날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아프간북부 접경 중앙아시아 3개국의 러시아 군 기지를 제공키로 잠정 결정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엄청난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두 나라의 군 기지만 활용할 수 있어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남북에서 동시에 압박하는 장기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타지키스탄의 러시아 201사단 기지는 구소련 아프간 침공의 전방기지였을 뿐아니라 탈레반정부와 내전중인 북부동맹 지배지역과 접하고 있어 전술적 효용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19일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국무부 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무력사용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때 맞춰 미 국방부는 전폭ㆍ수송기등에 대해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파키스탄쪽은 내전 발발 우려로 예상 외의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TV에 나와 “나를 믿어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모습은 범국민적 반미ㆍ친아프간 정서와 아프간을 도와 지하드(성전ㆍ聖戰 )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당수 종교계 및 군부 일각의 반발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의 집권 기반인 군부의 15~30% 정도 세력은 전쟁 발발시 아프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파키스탄 내 35개 종교ㆍ군사단체 결사체인 아프간국방위원회는 “미군이 파키스탄에 도착하면 알제리와 같은 내전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정부가결정을 바꿀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며 아프간 형제가 지하드를 선언하면 우리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 울레마(이슬람 신학ㆍ율법학자) 평의회’도 탈레반 지지를 공언하며 21일 전국 단위의 집회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파키스탄내 아프간 난민들도 여차 하면 파키스탄인들에 대한 테러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난관이 이렇지만 미국으로서는 무샤라프의 정치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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