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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던 두 혁명가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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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던 두 혁명가 되살아난다

입력
200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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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나는 내가 아니다“하나의 무시무시한 요괴가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1848년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 문장에 빗대 21세기 초입의 한국 독서계에는 ‘유령들이 부활하고있다’고 해도 좋겠다. 체 게바라 열풍에 이어 마르크스 평전들이 속속 소개되더니, 이제 레닌과 프란츠파농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냉전의 종식, 세계화의 바람과 함께 영원히 잊혀지는가 했던 20세기의 혁명가들이 속속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들이 부활하는가. 프란츠 파농 평전 ‘나는내가 아니다’의 저자 패트릭 엘렌(뉴욕 유진 랭 칼리지 교수)은 이렇게 정리한다.

“그의생애를 돌이켜보면, 오로지 다음과 같은 한 가지 물음, ‘과연 이 선택이 사슬에 묶인 영혼들을 해방시키는 길인가?’를 원칙으로 삶을 선택했던 것 같다.” 레닌의 거대한 실험이 좌절했고, 프란츠 파농이 희구했던 제3세계의 연대가 무산됐다 하더라도, 인간 해방과 사회 변혁에 모든것을 걸었던 그들의 생애야말로 21세기의 인류도 여전히 간직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레닌’은 지난 해 발간된그에 관한 900쪽에 이르는 방대한 평전이다. 저자 로버트 서비스는 영국 학술원 회원이자 옥스포드대 교수로 러시아혁명과 현대사에 관한 권위자이다.

그는 레닌의 인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서 러시아 혁명의 전야에서부터 당 조직, 권력의 장악, 혁명의 방어 등 4부로 나눠 그의 생애를 서술한다.

1991년 온 세계를 놀라게 했던 단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구소련에서 거대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모스크바 군중은 그의 동상이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로 광장에 드러눕혀지고 해체되는 것을 보면서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레닌은 러시아인들의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해금된 러시아 문서보관서기록 등 최신 자료에 바탕한 이 전기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 레닌의 이론가, 조직가, 선전가, 전략가로서의 모습을 철저히 증언하면서 무엇보다 그를 초인적인 의지를 지닌 인간으로 묘사한다.

“우리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레닌의 말을 들려주며 저자는 “우리의 미래는 레닌주의자와 함께 놓여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의 생애는 우리 모두에게 보다 철저한 삶에 대한 투쟁의 필요성을 증언한다”고 말한다.

프란츠 파농은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카리브해의 작은 섬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났다.

역시 지난 해 나온 그에 관한 최신의 평전 ‘나는 내가 아니다’의저자 패트릭 엘렌은 “그만큼 격렬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삼은 사람은 역사 이래 없었다”며 인간 해방이란대의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완전히 연소시킨 유일한 인간으로 꼽는다.

식민지 교육으로 어렸을 적 일기장에 “나는볼이 발그레해져서 집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썼던 흑인 소년이 2차대전 때는 자유의 수호를위해 대 나치 전쟁에 참여하고, 다시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알제리 독립투쟁에 뛰어들고, 아프리카 전체의 연합국가 건설을 추진했던 혁명가로자라서, ‘검은 예수’로까지 불리며 인간해방을 실천한 이 정신과 의사의36년의 짧지만 거대한 생애가 불꽃처럼 일렁인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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