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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얼어붙은 추석경기 "IMF때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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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얼어붙은 추석경기 "IMF때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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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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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 올 추석은 보름달이 떠올라도 마음은 ‘한겨울’일 것으로 보인다.중소기업은 IMF보다 심각한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소비자 물가는 들썩이는데다 재래시장의 불황은 가실 줄 모른다. 그나마 백화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추석 경기를점검해본다.

■성수·문래동 실상

“차라리 IMF(국제통화기금) 때가 행복했습니다.”

한가위를 열흘 남짓 앞둔 2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금형가공업체 밀집지역. 공장 두 곳 건너한 곳은 대형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갔다. 그나마 문을 연 업체들도 일감이 없어 기계를 돌리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계 소음 때문에 빗발쳤던이웃 주민들의 야속한 민원이 이제는 그리울 지경. 전신주마다 빼곡히 붙어있던 구인광고는 행인들로 북적대는 지척의 지하철 2호선 성수역 근처에서도사라진 지 오래다.

“마이너스 대출로 은행에서 빌린 2,000만원을 다 털어넣어도 월세를 못내 보증금까지 날아갔습니다.”가스레인지, 식기의 금속 부품을 중소기업에서 재하청 받아 생산하는 신성정밀의 김현윤(金炫倫ㆍ40) 사장은 조만간 10년 가까이 일궈온 회사를 ‘버릴’작정이다.

월급 줄 돈이 없어 직원을 모두 해고했는데도 한 달에 일하는 날이라고는 고작 열흘. “현금서비스 받아 재료비 내고 나면 월세 160만원과 관리비 20만원을 대기도 빠듯합니다.”

재하청을 주던 중소기업 중 그나마 규모가 큰 업체 4곳마저 최근 망해 더 이상 비벼볼 언덕도 없다.김 사장은 “이곳 공장 대부분이 2~3개월씩 월세를 밀리는 형편이라 ‘성수동 금형공장’이란 이름도 오늘 내일이면 사라질 판”이라며 줄담배를 피웠다.

5,000 여 개 금형공장이 들어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옛 남부지원 맞은 편 주거단지도 성수동과판박이다. 경승용차 한 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차들이 길가에 빽빽이 주차돼 있지만 물건을 실어 나르는 차는 없다.

금형 임가공업체인 서울정밀의김국진(金國眞ㆍ42)씨는 “최근 석 달 새에 일감이 확 줄어 요즘은 공무원보다 일찍 퇴근한다”고 허탈한 농을 쳤다. 월 평균 1,000만원이던매출액은 600 여 만원으로 뚝 떨어져 직원 3명 월급날을 못 맞춘다.

김씨의 체감경기는 이 회사가 문래동에 들어선지 15년만의 최대 불황이다. 엘리베이터 금속부품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황보연(黃寶淵ㆍ36) 사장은 “누가 폐업하고 기계 내놨다는 소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고 이 지역의 실상을 전했다.

지역 경제를 담당하는 구청측도 답답하다는 말 뿐이다. 서울 성동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도대체 길이안보여 이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고 털어놨다.

문래2동 새마을금고의 1일 입출금 전표 발행건수도 평소의 절반 수준인 200건으로 뚝 떨어졌고 100건에 달하던 어음발행은 30건으로 추락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90년께 문래1동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2동으로 공장들이 몰려들었고 90년대 중반에는 서울시내 최고 임대료를 자랑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동네가 요즘은 극빈지역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한사한 시장경기

재래시장은 추석 경기가 아예 실종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불황이 가을까지 이어져 동ㆍ남대문 상인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밀리오레 관계자는 “매출,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20∼30% 줄었다”고 말했다.

동대문 시장의 한 숙녀복 도매 상인은 “예년 같으면평소 물량의 2~3배를 입고했겠지만 올해는 평소보다 70%만 더 주문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관계자는 “지방 도매 상인의 버스가 지난 달 하루평균 50~60대에서 이번 주 들어 70대로 늘었으나 아동복 상가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한산하다”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 매출은 소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지난해보다 2.8%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의 점포 당 하루 평균 배송건수(350건)도 지난해보다 5% 늘었다.

특히 기업체대상 법인 영업 매출이 늘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상여금을 줄이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으면서 선물 시장은 오히려 30% 정도 늘었다”고말했다.

특히 선물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품권은 지난해보다 많이 팔려 백화점 추석 경기를 이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11~18일 상품권매출은 459억원으로 지난해(197억원)보다 133% 증가했으며 현대백화점도 12~17일 매출이 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8% 증가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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