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선 김대중 대통령에게 기대가 적지 않았다. 연극 공연장에 나타난 야당총재 때의 모습은 신선했고, 옛 동교동 집 서재에 가득했던 장서가 보여주는 인상도 좋았다.한국문화의 모든 분야를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통령으로 보았기 때문에 임기 동안 쌓을 문화 치적이 미래의 한국문화에 큰 영향을 끼칠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런 생각을 하는 문화인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경제회생과 남북문제 그리고 복잡한 내정 때문에 바빴던 것은 잘 알지만 그동안의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이다.
문화인들은 말한다. ‘대통령은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강조하는데 이 정부에선 한번도 볼 만한 문화정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문화사업과 예산 등 어느 분야도 기대가 채워진 것이 없다.
오히려 용산박물관 신축지원 소홀, 문예기금의 모금 폐지논란 , 태권도 공원 유보 등 걱정만 하게 만들었다.’
■새 문화관광부 장관이 취임했다. 벌써 네 번째다. 여론은 ‘문화장관은 상징성을 갖는데 아무 때나 바꿔도 되는 자리로 보느냐’고 지적한다.
더구나 문화장관의 인선을 정치인에 한정해 온 문제점도 제기된다. 비판 여론 속에 일을 시작한 남궁진 장관이 안쓰럽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 중 가장 독서량이 많고 지적이며, 조정력과 정치력이 있다는 평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문화 행정가가 필요한 시점인데 적어도 문화계 전문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견해인 까닭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문화면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을 것인가, 아닌가. 문화정책을 책임질 새 장관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문화 콘텐츠사업과 월드컵경기는 물론, 지속 사업의 마무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가 국가사업의 모든 면에서 중시되는 분위기 조성과 그 제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DJ 정책은 문화우선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는 문화의 토대 위에 창조된다. 과거를 회상하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과감한 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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