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특별감찰본부(이하 특본)를 운영키로 한 것은 이용호(李容湖) ㈜G&G 회장의 로비의혹 사건에 대해 현단계에서 뽑을 수 있는 최강의 수순이다.즉,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검찰 내의 특별검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성역 없이 밝히겠다는 고강도의 전면수사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본 설치는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예상되는 야당의 특검제 주장을 어느 정도나마 무력화하겠다는 등 다목적카드로 분석된다.
특본은 형식상대검 감찰부를 지휘하지만 중수부 등 모든 수사인력을 아우르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대검 관계자도 “21일 이씨를 기소한 뒤 중수부 수사인력을 전원 투입, 그동안의 수사자료와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 관계기관 첩보 등에 대해 전면 재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특본 등검찰이 밝혀야 할 의혹의 핵심은 이씨와 정간산업개발 대표 여운환(呂運桓ㆍ47ㆍ구속)씨의 로비가 실재했느냐의 부분.
이씨가 여씨에게 건넨 로비의뢰액이 당초 30억~40억원 정도에서 60억~1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남에 따라 이 돈이 어떤 용도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가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이 중 현재까지 사용처가 확인된 돈은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 장관에게 건네진 1억원뿐이다. 따라서 나머지수십억원의 행방을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최우선 과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인 신승환(愼承煥ㆍ49)씨와 이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검찰이 규명해 내야 할 사항이다.
수사결과 이씨가 ‘나를잘 봐달라’며 청탁목적으로 돈을 건넸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로비의 성패 여부를 떠나 신 총장이 직격탄을맞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검찰 총수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수사는 빠르되 조심스럽게 진행될 전망이다.
소위 ‘이용호펀드’ 가입자에 대한 조사도 정ㆍ관계 로비설의 근거를 밝히는 작업인 만큼 수사강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써 이와 관련해 이씨 및 여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권의 모 인사 등을 주목하고 있다.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 등 검찰 관계자에 대한 감찰조사도 감찰부의 특본 흡수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검 감찰부가 20일 이덕선(李德善) 군산지청장에 대해 철야조사를 한점으로 미뤄 그의 해명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시 김 전 장관 외에 사정기관의 고위관계자도 검찰에 이씨의 선처를 부탁했다는 등 각종 외압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한부환 본부장은 누구인가
‘이용호 게이트’를 전면 재수사하기 위해 ‘검찰의 특별검사’로 발탁된 한부환(韓富煥ㆍ53)대전고검장은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과 함께 사시 12회의 인재로 꼽혀왔다.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 인맥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에이번 사건의 관련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호남인맥’과는 별 관계가 없다.
대검 중수 2ㆍ3과장과 서울지검 1ㆍ3차장 등을 거쳐 검찰내 최고의 요직 중 하나로서‘검찰의 꽃’이라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올랐으나 일선 지검장을 거치지 못하고 지난해 7월 대전고검장으로 곧바로 승진하는 ‘불운’을 겪었다.
검찰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미확인 소문과 함께 현 정부 들어 요직에서 밀려난 전력을 들어 혹시 야당을의식한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자상하면서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매사에 빈틈이 없고 대검 중수부 과장 때 ‘수서사건’을맡는 등 특수수사과 기획에 두루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해학과 유머가 뛰어나 재사(才士)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법무부 검찰국장재직시절 옷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흔들리던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별감찰본부장으로 임명된 소감은.
“국민적 의혹 사안을 조사하는 만큼 명경지수(明鏡止水)의 마음으로 공평하게 진상을규명해 누구라도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
-조사는 언제 시작하나.
“오늘 감찰팀 회의를 갖고 내일부터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업무를 시작할 것이다.다만 본인은 내일 대전고ㆍ지검 국감 때문에 22일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대검 감찰부도 특본에 소속되는 것인가.
“물론 우리 팀의 일원이 된다. 고유업무가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5명의 검사로 운영하되 필요할 경우 협조를 얻을 생각이다.”
-왜 본부장이 됐다고 생각하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검찰이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 본부장을 맡은 만큼 열심히하겠다.”
-수사권도 주어진 것으로 아는데 수사대상은 결정했나. 정ㆍ관계 인사도 수사대상인가.
“아직 수사대상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구체적인 수사기법에 대해서는 우리 팀에 맡겨달라.”
/김성호기자
skim@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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