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최대 재벌인 포모사 그룹의 왕융칭(王永慶ㆍ86) 회장이 3박4일 일정으로 20일 방한했다. 좀처럼 해외나들이를 하지않아 베일속의 인물로 알려진 그의 방한은 8월 대만을 방문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그는 이날 서울도착 직후 상도동을 찾아가김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했다.왕 회장은 또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회장, 손길승(孫吉丞) SK텔레콤회장, 박용성(朴容晟) 대한상의회장 등 재계인사들과도 만날 예정이며 울산과 부산, 사천 거제 등 경남해안공단지역도 시찰할 계획이다.
왕 회장의방한 목적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만의 한 일간지는 “포모사 그룹의 전자계열사인 난야 테크놀로지가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어 하이닉스 반도체와 상호협력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대우 매그너스를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는 포모사 자동차가 연내 마티즈를 생산하고 장차 대우와 공동으로 버스 트럭 트랙터 등 대형차량의 중국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1953년플라스틱 회사를 모태로 성장한 포모사 그룹은 현재 석유화학 전기 전자 자동차 중공업 대학 병원 등 국내외 3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작년말 현재 자산규모가 383억달러(49조원)에 달하는 대만 최대 재벌이다.
왕 회장은 많은 점에서 ‘한국의 왕회장’인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명예회장에 비유된다. 초등학교 졸업후 고향을 떠나 쌀가게 점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점, 재벌총수가 타월 한장을 27년이나 사용하고 시간이 아까워 수박씨를 골라내지 않는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자리관리에 철저한 점 등이다.
정 전 명예회장이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듯이, 왕 회장도 ‘하나의 중국론’을 펴며 대륙투자와 교역 등 양안관계 회복에 앞장서 왔다. 현재 그의 아들인 왕원양(王文洋)훙런그룹 회장은 중국 장쩌민(江澤民) 주석의 아들인 장미옌헝(江綿恒) 렌허 그룹 회장과 중국에서 반도체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는 세번째 부인이자 그룹 재무담당인 리바우주(李寶珠) 여사가 동행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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