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과연 특별한 나라인가? /김봉중 지음새삼 미국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기다. 뉴욕 테러 이후 비탄과 슬픔에 잠겼다가 다시 성조기를 내거는 단결의식.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자존심. 미국에는 여러가지 단면이 혼재돼 있다.
전남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프런티어 정신,미국식 민주주의, 남북전쟁, 다문화주의 등의 네 가지 코드로 미국사회가 특별한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이 특별했다면 동(動)적인 전통이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도 지켜져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국인들이 미국을 독특한 나라로 보는 것과 미국인들이 미국을 특별한 나라로 보는 것’의 차이를 강조하는 결론은 미국의 존재에 대한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남긴다. 소나무, 1만 2,000원.
■ 기호학의 즐거움 /김경용 지음
TV드라마 ‘모래시계’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한다면?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보여준 동시에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을 말해 준 텍스트.’ 볼프강 이저의 독자수용 이론틀과 일반 기호학 이론을 적용한 결과 ‘역사의 부정성’이 드러났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기호학이 예술, 대중문화, 실천에 응용됐다”는 자신의 논거를 9가지의 사례 분석으로 이어간다.
밀란 쿤데라의 단편소설, 김병기 화백의 추상화,영화 ‘서편제’, 그리고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등이 분석대상.
일반인에게는 어렵고 생소한 기호학 이론이 흥미로운 사례분석을 통해 펼쳐진다.민음사, 1만 3,000원.
■플라톤은 아팠다 /클로드 퓌자드 르노 지음
스승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받던 날, 그와 함께 하지 못했던 스물 아홉의 제자 플라톤. 그는 아팠다.
웃음과 눈물만이 난무했다는 스승의 죽음 장면을 전해 듣는 플라톤의 마음은 상실감 그 자체였다. 답답함이 이어진다.
‘설령 죽음의 진실이 존재한다 해도 결코 포착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참을 수 없어 사람들을 떠난 플라톤은 노예 멜레지아스와 함께 동굴에 칩거하고 몽롱한 꿈과 욕망 속에서 ‘파이돈’이라는 역작을 남긴다.
철학과 역사가 함께 하는 소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둘러싼 플라톤의 철학 형성과당대의 논란이 글 속에 녹아 있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푸른숲, 9,000원.
■생명의 느낌 /이블린 폭스 켈러 지음
생명을 ‘느낌’으로 이해한다. 프랜시스 베이컨 이후, 이성에 의한 과학의 진보를 확신했던 남성 중심의 과학자 사회는이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바라 매클린톡이 유전자의 ‘자리바꿈 현상’ 연구로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수상하면서 상황은 변한다.
“아주 조그만 흔적 하나에서 생명 전체를 이해하는 단서를찾는다”는 그녀의 연구태도는 20세기 유전학에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그에 더해 실험과 논리만이 아닌 ‘생명’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과학자에게 필요함을 입증했다.
페미니스트이자 미 MIT대 과학분야 교수인 저자는 과학자이면서 여성이었던 매클린톡의 일생을 훑어가며 과학과 인간사회에 날카로운비수를 들이댄다. 양문, 1만 2,000원.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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