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초 프로야구 한 구단사장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들은 적이 있다. “어느구단도 외국인선수들의 몸값문제에 관해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구단도 연봉상한선(20만달러)을 넘어선 액수를 지불하고 용병선수를 스카우트했다.” 국내선수들이 들으면 열 받을 일이다.1998년 국내프로야구 흥행을 위해 처음 도입된 용병제 때문에 프로야구계가 또 한번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국내 프로야구선수들은 시즌초 문화관광부 중재로 구단측과 합의를 해 선수들의 결사체인 프로야구선수협의회(회장 이호성)를 정식출범시켰다. 당시 선수협과 구단사장들은 여러 현안에 대해 이면합의를 했다.
그중 하나가 ‘현행 3명보유 2명출장’의 용병제도를 개정하자는 것이었다. 단계적으로 용병선수수를 줄여나가자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와 8개구단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현행제도를 고수키로 해 선수협의 거센반발을 사고 있다. 선수협은 “신의의 문제다.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포스트시즌 보이콧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사장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사장들이 프로야구 현안을 두고 손바닥 뒤집듯 한 행태를 보인 게 한두번이 아니기때문이다. 선수협 구성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개악을 거듭한 자유계약제도(FA)때문이었다. 이해관계에 따라 프로야구발전보다 구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게 이사회이다. 지금와서 용병제도를 퇴출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수협의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구단별로 용병 3명을 보유하면서 국내선수 30여명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또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에서는 용병들의 독무대인외야수를 꺼려 아마야구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즌내내 용병들의 퇴출과 수혈을 반복하며 낭비하는 돈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사장들이선수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구단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사회에서 이미 결론을 낸 사항을 재론할 수 없다는 논리로 선수들의 요구를 외면하는처사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프로야구를 살리자는 것인지 죽이자는것인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정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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