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어미를 수술하는 동안 커다란 상자에 격리되어 있던 열두 마리의 새끼들은 이제 어미 곁으로 돌아가, 한 줄로 늘어서서 작은입으로 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하마터면 도축장으로 끌려가 도마 위에서 사라질 뻔했던 어미는 이제 아무 걱정 없이 새끼들을 키우기 시작할 것이다.”
가슴 졸이고 웃고 울게 된다. 재미 있고 감동적이다. 영국 요크셔 시골의 전설적인수의사 제임스 헤리엇(1916~1995)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국내 처음 제대로 번역소개됐다.
동물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수십 수백 가지의 일화들이 하나 같이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와 닿는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씨의 말처럼 60년대 영국의 농촌과 우리의 순박한 시골 모습, 허물어진 외양간과 소똥 말똥 냄새 풍기는 순박한 농부들의 모습이전혀 다르지 않다. ‘사람의 손길’과 함께 살아가는 가축의 모습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열두 마리 새끼를 낳고 탈진해버린 암퇘지를 치료하는 이야기, 너무 젖이 빨려유방이 늘어지고 젖꼭지가 찢어진 늙은 암소를 봉합수술하는 이야기 등 소와 말과 양과 돼지에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웃음보따리이자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수의사 헤리엇의 동물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 낙천적 세계관에 바탕한 유머와 위트에서 우러나온 글솜씨에 살찌고 성질 못된 고양이, 간호사 기질을타고 난 암캐, 새끼를 낳자마자 감춰버리는 암소 등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다.
헤리엇은 2차 대전 이후 줄곧 요크셔의 초원에서 그곳의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 수의사로 생활하면서 겪은 경험을 자신이 50세 되던 1966년부터 책으로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번에 나온 ‘아름다운이야기’(원제 ‘이 세상의 모든 똘똘하고 신기한 것들’)에 실린 일화는 30가지.
짤막한 콩트 형식으로 그가 수십 권에 책에 담은 이야기는 세계 26개국에서 번역되어 수천 만 권이팔렸다 한다.
BBC방송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다. 국내에서도 오래 전에 일부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4부작으로 정리된 그의 글이 차례로 번역될 예정이다.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 지칠 때, 헤리엇이 들려주는 가축의 이야기에서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한 위안을 얻을 만하다. 김석희옮김.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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