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다발 테러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9ㆍ11 테러 대참사에 자극된 미국은 즉각적인 보복을 선언했다. 테러의 배후인 빈 라덴과 아프카니스탄 정부 등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 하지만 일각에서는 “테러 근절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지지를 보내는 반면 “범인이 명확치 않는 상태에서 무차별 공격은 무리”라며 보복 전쟁 반대론도 나오고있다.■찬성: 테러리즘에 대한 단계적응징이 필요하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소장
연쇄 테러 발생 직후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테러리스트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미국 국민들도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철저한 보복 공격을 촉구하고 있다. "테러리즘의 안전지대는 없다"라는 인식을 가진 국가들이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적극적 지지와 동참을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보복이또 다른 테러리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또 다른 테러를 고무하는 요인이 되어 왔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테러리즘 근절을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테러리스트가 숨을 곳은 지구상에 없으며, 인류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지게 된다는 것을 확립하는 것이다.
아울러, 테러라는폭력 행위를 통해 자신이 영웅적 존재라는 것을 알리거나, 특정 국가의 정책을 변경시키거나, 국제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목적이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점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눈에는 눈’이라는 강경대응을 통해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세력에 대한 보복을 감행해 왔다.
이스라엘정부가 견지해온 초 강경 정책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두려워한 요르단을 포함한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단체들의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발생 건수는 대폭적으로 감소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테러의뿌리를 제거하는 것이 인류의 인권과 세계평화를 위하는 길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응징에 있어서는 전세계적인 대(對)테러리즘 대처 노력을 결집시키고,정당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한다.
배후 세력과 지원 세력에 대한 확실한 물적 증거를 확보하고, 국제법에 의거하여 배후 세력에 대한 인도를요구하여 법 앞에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기구의 결의를 통해 경제ㆍ외교적 제재 조치를 취하고 상징적으로 제한적인 군사적 보복 조치를 단행해야할 것이다.
테러리즘은 인류의 공적이며, 특정국가만의 노력으로 근절할 수 없다. 국가간 긴밀한 협조체제가 절실하다.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한다면 테러리스트에 의한 죽음의 그림자가 우리의 곁으로도 다가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반대 :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교수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행위는분명히 국제범죄행위이며 관련 범인은 엄하게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1만여명의 인명피해와 헤아릴 수 없는 물질적 피해를 본 미국 국민에 대해 우방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조지W. 부시 대통령이 선언한 테러와의 즉각적인 전쟁과 보복 천명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테러범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한 범인의 배후조종국으로 지목되는 아파가니스탄에 대한 무차별적인 무력보복은 분명 재고돼야 한다.
부시대통령이 ‘테러 분자 응징을 위한 십자군 전쟁’을 이끌겠다는것은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만들어 피의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보복전쟁은 일시적으로 미 국민들에게 심정적 카타르시스는 줄지 모르나,장기적으로는 피의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대응보다 좀 더 합리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국제적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질서가 엄연히 존재한다. 우선 미국은 철저한 범죄수사를통해 범죄자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무고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 공격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테러범이 확실히 밝혀지면, 미국은 국제법과유엔을 통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절차를 밟아서 엄한 응징을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테러와 같은 조직범죄는 하루아침에 근절되는 것이 아니다. 이의 근절과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국제사회 공동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즉각적 보복행위보다는 국제테러범죄의 근본적근절을 위한 국제 협력체제를 유도하는데 힘을 쏟길 바란다.
또한 이 테러 범죄를 계기로 미국도왜 하필 테러범이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했는가에 대한 근본동기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탈 냉전 후 도쿄 기후변화협약에서의 탈퇴, 국제형사법원의 기초인 로마규정에 대한 서명 불참, 유엔 분담금 지불에 대한 소극적 태도 등 미국이 국제법을 경시하고 주변국에게 오만함과 미국 제일주의만을 고집하고있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때이다.
동북아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빙자하여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강행해 주변국의 입장을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테러범죄의 피해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그 방지책과 근절에 국제 협력을 하는 것은 당연히 지지해야 하지만 미국의 군사적 보복행위에 지상군을 직접 파견하는 일은 석유산출국인 이슬람국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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