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당한 미국’ ‘미국의 새로운 전쟁’ ‘테러와의전쟁’.최근 뉴스전문채널 CNN의 헤드라인은 미국의 테러참사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가는지 잘 설명해 준다. 세계의 정치, 경제계가 앞으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처럼 국제 스포츠계 역시 안전문제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2004년 올림픽 유치국인 그리스의 시미티스 총리는 “대회 안전대책을 전면 재검토, 안전수준을 강화할 것”이라고밝혔다. 19일 월드컵조직위에 대한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도 내년 월드컵의 안전 등 테러대책에 대한 많은 질문이쏟아졌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우리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 후반부터 테러는 과거와달리 그 희생의 대상이 무고한 불특정 다수(시민)라는 점에서 대규모 관중과 선수단이 모이는 월드컵과 올림픽은 테러의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테러의 위협을 느낀 월드컵은 1974년 한 차례 있었다(82년 스페인대회서도 국내의 테러문제가 제기됐지만 심각하지 않았다). 서독 적군파가 경기장에 로켓탄을 발사하겠다는 협박으로 50여대의 장갑차, 여섯 대의 탱크가 동원되는 삼엄한 경비 속에 대회가 진행됐다. 개막식에는 중무장한 1,200명의 경찰과 군대가 동원됐다. 바로 2년전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게릴라의 습격으로 이스라엘 선수 11명 등 18명이 사망했고, 74년에는 텔아비브 공항테러, 방콕 이스라엘 대사관 습격 등이 있던 터라 긴장감은 컸다.다행히 안전사고 없이 대회는 끝났지만 서독 정부는 정치범 2명을 석방하는 등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모든 월드컵 대회는 사고 없이 열렸다. 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개입으로 80년과 84년 올림픽이 반쪽으로 치러졌지만 82년 월드컵만은 전세계 109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앞으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은 74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위험한대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훌리건 대책에 국한된 월드컵 안전문제가 이제는 테러 대비책까지 포함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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