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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폭 마누라'…"내 마누라가 조폭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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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폭 마누라'…"내 마누라가 조폭이래"

입력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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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마누라가 아니다. 마누라가 조폭이다. 그것도 조직의 부두목이다. 한 눈에드러나는 엉성한 주먹질과 발차기과 칼질, 거기에 박자를 맞춰 기계체조하듯 남자들이 쓰러지는 그런 무늬만 조폭이 아니다.‘조폭 마누라’는 한가위에 개봉할영화라서 그런지 무기도 가위이다. 큼직한 재단용 가위를 권총 돌리듯 하고, 두 날을 분리해 번개같은 동작으로 상대를 쓰러뜨린다.

폭우 속에서 공중회전과 동시에 두발차기로 부하 마징가(심원철)와 빠다(안재모)를 구한 ‘전설’을가진 여자.

그래서 부하들은 그 여자를 “누님”이아닌 “형님”으로 부른다. 그러면서도 외모는 신참이 처음 보고 “저런다방 레지 가시나”라고 해 부하들을 당황하게 할 만큼 연약해 보인다.

스물 여섯 살의 여자 차은진(신은경)이 어떻게 조폭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단지 고아 출신이라는 것. 오히려 관심은 ‘그가 어떻게 조폭 마누라가 됐느냐’이다.

유일한 혈육인, 어릴 때 헤어진 언니를 만난 것이 문제였다. 어머니와도 같은 그 언니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니.

그 언니가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결혼을 부탁한다. 알고 보면 조폭 여자는 외롭고, 여리고, 착하다.

‘조폭 마누라’는 그녀가 언니의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한 순진한 남자(박상면)의 아내가 되는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웃음과 액션을 섞어가며 그려간다.그래도 액션보다는 웃음이 강하다.

사내 같은 한 여자가 여자처럼 행동하면서 모든 것을 조폭 스타일로 처리하는 데 웃지 않을 사람은 없다.

어디 한 번 보자. 갑자기 립스틱 짙게 바르고 여자답게 보이기, 결혼 상담소장을협박해 남자 소개받기, 소개받는 자리에서 조폭의 말씨와 태도로 상대 가족을 기겁 시키기, 포장마차 부부를 부모로 위장시켜 데려가기, 남자가 “낯이익다”고 하니까 “혹시 사채 쓴 적 있어요”라고 무의식적으로말하기. 결혼식 하객으로 나이트클럽 종업원 동원하기….

이 정도면 결혼 이후 아내가 조폭인 줄도 모르는 순진한 남편과 벌이는 해프닝은이야기하지 않아도 얼마나 웃길지 짐작할 만하다.

꽉 조인 원피스를 찢어 두 다리로 상대를 멋지게 쓰러뜨리는 액션조차 웃음이 된다. 그 웃음 속에조금씩 묻어나는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가 되는 것을 막아준다.

아내와 엄마를 꿈꾸는 한 여자와 조폭 마누라 사이의 변화와 갈등도 분명 관습적이다.의리와 사랑(혹은 가족) 사이의 선택이라는 설정도 다른 조폭 영화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조폭 마누라’는그 관습과 감정 과잉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들을 사뿐사뿐 밟고 지나감으로써, 또 귀엽게 배반함으로써 극단적 비극이나희극으로 빠지지 않는 유쾌한 ‘오락 영화’에 도달한다. 그렇다고남성 중심의 질서로 곤두박질치지도 않는다.

그것은 아마 ‘조폭 마누라’가 사회적 존재로서의 ‘조폭’과 여성으로서 모성 본능을 가진 ‘마누라’ 사이의 균형 감각을 살렸기 때문일 것이다.

또 흉내내기가 아닌 혹독한 훈련을 통한 액션과 함께 중성적 이미지 속에 숨은 여성스러움을 재치있게 풀어놓은 신은경이란 배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인 조진규감독은 SBS TV ‘기쁜 우리 토요일’의 PD 출신. ‘결혼합시다’ 코너처럼 코믹 연기가 아닌 코믹한 상황에서의 진지한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28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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