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주식을 팔았다가 혼쭐이 났다. 정부가 증시안정에 고심하던 17일, 앞으로 주식을 순매수하겠다는 증권사 사장단의 약속이 이틀을 못갔기 때문.당일 증권사는 262억원을 순매수해 약속을 지키는 듯 했으나 다음날 대통령까지 나서 ‘주식사기’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98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러자 증권업협회는 19일 오전 38개사 사장단을 긴급 호출해 10분만에 순매수 재다짐을 받아내고, 증권사별로 매일 순매수 여부를 조사해 약속을 어긴 곳은 제재한다는 경고장까지 꺼내 들었다.
때문인지 회의 직전까지의 순매도 흐름이 즉각 순매수로 바뀌었다. 그러나 증권사 내부에선 “순매수 지속은 무리”라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운용 자산은 약 1조원. 한 증권사 간부는 “주가가 오르면 윈윈게임이 되겠지만 증시가 10% 빠지면 1,000억원이 손해난다”며 “과거의 뼈아픈 기억을 되살려보면 시장을 기만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선뜻 주식매수하기가 겁난다”고 했다.
1989년 12ㆍ12 증시안정대책은 투신에 돈을 던져주며 주식을 사도록 해, 투신부실을 초래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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