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리우드는 성공해 탄탄대로를 달리는 남자를 실업자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에린 브로코비치’에서‘애 보는 히피족’이야 사실 그럴듯한 가족상의 모델이라 하더라도, ‘패밀리맨’은 출세한 뉴요커는 동네 파티에 포도주 한 병 들고 가는 평범한 남자에 비하면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인생이라고 말한다.‘스위트 노벰버(SweetNovember)’도 이런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느리게살기’의 전형을 보여 주듯 여주인공 사라(새를리즈 테론)는 패스트푸드는 물론 인스턴트나 육식도 하지않는다.
휴대전화도 안되고, 직장은 갖는 일은 더더욱 불가. “도대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집안일 하는 것 보다 위대하지않다는 근거가 뭐야.”
스토킹에 가까운 사라의 요청으로 한 달간 동거를 시작한넬슨(키아누 리브스)은 그녀의 삶의 방식에 도저히 적응하기가 어렵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난 사라는 뉴욕의 성공한 광고인 넬슨을 ‘11월의 동거 남자’로 결정한다. 그녀는 ‘시간’을 요구한다.
하지만 넬슨에게도 항상 부족한 게 바로 그 시간이다. “당신을 돕고 싶다.” 그녀의 의도는 그것 뿐이라는 데.
잘 나가는 넬슨이었지만, 그도 결국은 피고용인에 불과했다. ‘섹시한핫도그’ 컨셉트의 실패로 회사에서 쫓겨난 넬슨은 그저 기분전환 삼아 동거를 시작한다.
‘본능적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눈을 가린 채 술래잡기를 하고, 동물성 지방은 섭취하지 않는다.
아래층 게이들은 목욕을 하고있을 때도 거리낌없이 들어와 저녁 메뉴를 묻는다. 익숙치 않은 생활에 적응하면서 그는 조금씩 사라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사라는 자기 자신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왜 주인공 남자가 청혼만 하려 하면 여자들은 아파서 쓰러지는지. 이 영화에서도 넬슨이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청혼하려는 순간, 여자는 쓰러져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상투적인 전개에도 불구, 골목길이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풍경과 남녀의 애틋한 사랑은 가을이라는 계절적 호재를 탈만해 보인다.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느리게살기’ 트렌드가 멜로와 결합했다. 그러나 심오한 인생에 대한 반추로는 멜로가 관습적이고 사상적 토대도 다소 부실해 보인다. 감독 팻 오코너. 28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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