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화사에 뚜렷한 족적을남기고 있는 중진화가 2명의 개인전이 잇달아 열린다. 1989년 제1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작가인 황용엽(70)씨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홍익대박물관장을 지낸 이두식(54) 홍익대 회화과 교수이다.이 교수는 20~30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02-732-3558), 황씨는 25일~10월13일서울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 각각 개인전을 연다.
평양에서 태어난 황씨는 평양미술대학 재학 중이던 1950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기 위해” 서울로 월남한 작가다.
57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70년대부터 선을 강조한 깡마른 인물상을 선보였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를 “선묘의 주술사”라고 평했다.
전시작은 30여 점. 인물화 위주였던 지난 20여 회 전시와는 달리, 담담하고 차분한 반(半)추상화에 가까운 화면들이다.
인물은 극도로 단순화하고, 선은 더욱 정교해졌다. 세로130.3㎝, 가로 162.2㎝의 유화 ‘삶 이야기’는 야트막한 산, 움직이는 인물상 등이 어우러진, 다분히 고구려 고분벽화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어렸을 적 자주 보았던강서고분과 도자기의 추억을 같이 묶어서 내 나름대로 꾸며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홍익대 재학 중이던1960년대 말부터 ‘적ㆍ청ㆍ황ㆍ흑ㆍ백’이라는 한국의 전통 오방(五方)색을 마음껏 활용한 표현 추상주의 계열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단청이나 불화,무속도, 민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시적 색채가 거칠고 자유분방한 필선을 만나 전혀 새로운 회화 작품을 만들어냈다.
20여 점의 전시작에서는 작가의 더욱 원숙해진 모습을 느낄 수 있다. 2001년 작‘무엇을 보는가?’(세로 57㎝, 가로 76㎝)에서 보여지듯이 색채와 화면 구성 모두 차분해졌다.
빨강 파랑 등 원색은 절제되고, 거침없는 선의열정은 통제됐다. 전체적으로 갈색이 주조를 이룬 작품 속에는 특히 마름모나 정사각형, 동그라미가 규칙적으로 반복돼 일종의 리듬감도 느껴진다.
김관명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