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ㆍ뉴욕 테러사건의 납치범들이 이라크 정부 및 사우디 아라비아 내의 테러 조직과 연계됐다는 정황이 제시되면서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정점으로 수개 국가의 테러 조직들이 이번 테러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라크 개입의혹
영국의 더 타임스와 미국의 CBS방송 등은 미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아메리칸 항공(AA) 11편의 납치범 모하메드 아타(33)가 올 초 유럽에서 이라크의 정보부서 책임자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두 사람의 접촉 사실이 이라크가 이번 테러에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이라크를 의심할만한 단서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방수사국(FBI)은 두 사람의 접촉을 전후로 한 아타의 행적 조사를 통해 이 만남이 이번 사건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빈라덴 연계
유나이티드 항공(UA) 175편을 납치한 아메드 알 함디와 AA 11편의 납치범 사탐 알 수카미(25)는 지난 해 1월 1일 요르단에서 미국인 등 수 백명을 살해하려 한 ‘밀레니엄 테러계획’의 범인들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알 함디 등이 밀레니엄 테러계획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라에드 히자지와함께 빈 라덴의 핵심 조직원인 나빌 알 마라브흐(34)와 긴밀하게 접촉했다고 전했다.
또 국방부 청사에 충돌한 AA 77편의 납치범 할리드 알 미드하르는 빈 라덴이 배후 조종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10월 예멘 미 구축함 콜호 폭파사건의 범인과 접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 사우디아라비아 조직 연계
납치범 19명중 14명이 사우디 국적이거나 여권이나 신분증 등을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우디 내 빈 라덴 조직의 연루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특히 AA 11편 납치범 왈리드 알 셰리와와 일 알 셰리 형제는 1990년대 워싱턴에서 근무한 사우디 고위 외교관의 아들로 밝혀졌다.
수사관계자는 “사우디 부호의 아들인 빈 라덴이 고향에서 추방됐지만 관계 서류를 위조하고 테러 요원들을 충원할 만큼 영향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상당수가 이름을 도용 당했다고 밝히고있지만 미국 정부는 사우디가 과거 빈 라덴 관련 테러 사건 조사 협조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은 20일 워싱턴을 방문할 알 파이잘 사우디 외무부 장관에게 새로운 차원의 반 테러 공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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