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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숙 패션아트 展 / 몸과 결별 "옷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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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숙 패션아트 展 / 몸과 결별 "옷은 예술이다"

입력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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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예술의 소재가 될 수있을까. 미술관에 전시된 의상과, 의류매장에서 파는 옷, 패션 쇼에 나오는 드레스의 차이는 무엇일까.현대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패션 아트에대한 몇 가지 궁금증이다. 소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은 미국작가 마르셀 뒤샹을 생각해보면 그리 고민할 일도 아니지만.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백상기념관(02-724-2236)에서 열리는 ‘금기숙 패션아트-환상에서 현실로’전은이 궁금증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다.

1998년 판검사의 법복을 디자인해 화제가 됐던 금기숙(49) 홍익대 섬유미술학과교수의 첫번째 개인전이다.

1, 2층 전시장에 걸린 42점의 의상은 캔버스에 담았거나 받침대 위에 올라선 ‘상식적인’ 다른 미술 작품과 다를 게 없다.

1층 전시작은 유리구슬(비즈)과 철사로 만들었다. 가는 철사로 드레스, 브라우스, 자켓 등의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반짝이는 유리구슬을 달았다.

차가운 철사가 모여 따뜻한 니트의느낌을 주고,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도 일반 옷감의 감촉이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인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는 낚시줄에 매달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2층에는 보다 ‘실용적인’ 옷이 모였다. 철사가 아니라 실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조각난 실크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이고, 그 위에 가운데 구멍이 뚫린조그만 대롱 모양의 유리조각 수 백 개를 시침질로 박았다.

보통 옷에서는 감추기 마련인 솔기(두 옷감을 맞대고 꿰맨 줄)를 오히려 강조한 점이눈길을 끈다. 여름 철에 입는 모시 적삼과 크게 다를 게 없다.

“흔히버리는 소재를 모아서 작품을 만들어 봤습니다. 철사는 꽃이나 물건을 묶을 때 사용하고 남은 것이고, 실크 조각은의상실에서 구한 것이죠.

유리구슬은 장식 효과와 함께 떨림 효과를 냅니다. 흰색, 회색, 검은 색이 주조를 이루는 바탕색과 대비되면서, 족두리에달려 은은하게 떨리는 은 조각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런 옷이 예술품이냐고. “옷의 기능성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죠? 그러면 청자를 생각해보세요.

청자도 원래 생활용품에서 출발한 것 아닌가요? 작가의 창의성이 드러나고, 관람객에게 감동을 주면 어느 것이든 예술품이 될 수 있습니다.”

금 교수는 96년 코펜하겐국제복식학회 미술의상초대전, 지난 해 광주비엔날레 국제미술의상전에 철사와 유리구슬로 만든 드레스를 출품해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패션일러스트레이션협회회장. 유창종(55)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남편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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