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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코오롱컵 한국오픈 우승 김대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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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코오롱컵 한국오픈 우승 김대섭 "

입력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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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끝난 코오롱컵 한국오픈에서 대회 최저타인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을 차지한 김대섭(20ㆍ성균관대2)은 사진촬영을 두려워할 만큼 수줍음이 많았다.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그는 “프로가 되려면 이런 일도 능숙해야 한다”는 기자의 ‘설득’ 끝에 카메라 앞에 섰지만 어색한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직후 프로 전향을 선언한 탓인지 쟁쟁한 프로 선수들을 물리친 아마추어 최강자답지 않게 잔뜩 긴장해 있었다.

“우승한 뒤 무엇을 했느냐”고 묻자 그는 “선배, 친구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며 “큰 대회서 우승해 기분은 좋지만 아직은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교 2학년 때인 1998년 이 대회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서먹한 분위기가 사라지자 “98년 우승 때는 마치 뭐에 홀린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번 대회는 달랐다.

지난 해부터 손에 감이 오기 시작했다”며 우승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내비쳤다.

김대섭이 골프채를 잡은 것은 제주 중앙중 1학년 때.골프장 보수일을 하던 아버지 김충만(47)씨 때문에 제주 오라CC를 드나들다가 타고난 자질을 알아본 한연희 프로가 입문을 권했다.

아버지는 “분에 넘치는 운동”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하다 뭍으로가기 힘들어 야구를 그만 둔 뒤에도 운동에 미련을 갖고 있었던 아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매일 새벽 집에서 오라CC까지 9㎞를 뛰어가 손에 피가 맺히도록 공을 쳤다. 결국 골프채를 잡은 지 2년 만인 중3때 엘로드배 남중부 우승을 차지했고 고교 1학년 때에는 서라벌고에서 스카우트 제의도받는 등 자질을 드러냈다.

제주에서 귤 농장을 운영하다 실패했고 큰 아들도 익사사고로 잃었던 아버지는 “하나 남은 아들 뒷바라지를 하겠다”며 제주도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고 포장마차로 생계를 꾸려가며 뒷바라지에 나섰다.

김대섭도 98년 한국오픈 우승, 송암배 2위, 99년 일본 기린 오픈 2위 등을차지하며 고생하는 부모에게 보답했다.

갑작스러운 프로 선언에 대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냐”고 묻자 김대섭은 “돈 버는 일 싫어하는 사람 있느냐”고 되묻고 “집안이 어려워도 부모님은 전혀 내색을 안했고 내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이제 내 몫을 해야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공이 잘 맞는 날 입었던 바지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갈아입지 않는 징크스 때문에 아들의 바지를 빨고 다림질 해주기 위해 다리미까지 들고 다녔던 아버지는 이번 대회 우승직후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고 한다.

173㎝, 65㎏의 다소왜소한 체격이지만 지구력 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제일 자신있는 것은 퍼팅. 그동안 정확성 확보에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는데 프로 데뷔를 앞두고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 막 뛰어든 탓인지 김대섭은 “플레이도중 표정 변화가 없는 데이비드 듀발을 가장 좋아한다”며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차분히 단계를 밟아갈 것이고 내년쯤 일본 오픈 테스트를 받아볼생각”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1981년 경기 부천생.

▦신제주초등학교 4~6학년 야구선수로 활동. 포지션은 투수, 3루수.

▦1994년 신제주 중학교 1학년 때 골프 시작.

▦1995년 중고대연맹 대회 우승(76타)후 선수증 받음

▦1997년 상비군

▦1998년 한국오픈 최연소 우승, 송암배 준우승

▦1999년 일본 문부대신배 우승, 기린오픈 준우승, 송암배 우승

▦2001년 한국오픈 최저타 우승후 프로 선언

박천호 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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