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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검사와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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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검사와 조폭

입력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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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법대 동창 두 명이 나란히 검사로 임용된다. 출세 야심에 찬 한 친구는 이내 고달픈 검사 직을 버리고 상원의원 보좌관이 된다.그러나 다른 친구는 고지식한 검사가 제 격이라며동행 권유를 사양한다. 정치인 친구는 협잡꾼 사업가와 결탁하는 등 온갖 비리와 음모를 디딤돌 삼아 하원의원직에 다가간다.

검사 친구의 변함없는 우정을 비리 은폐에 이용하는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뒤늦게 안 검사는 함정 수사에 방해되는 검사 직을 사임한 채 비리 증거를 확보, 선거에 당선된 친구를 추락시켜 정의를 실현한다.

■며칠 전 우연히 본 텔레비전 심야 영화의 줄거리다. 검사가 주인공이지만 정치인과 사업가를 조연으로정의와 불의를 적당히 대치시켜 얽은 흔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웠다.

우리 말 제목도 무슨 ‘야망의 계절’인가 그랬다. 그러나 검사와 검찰을 엄격하게 제 본분을 지키는 모습으로 그린 것은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다름없다.

황당한 역할 파괴를 일삼는 할리우드지만, 검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스토리 설정은 도무지 비현실적으로 여기는 듯 하다.

■법치가 확립됐다는 미국도 일선 사법경찰의 비리와 불법은 영화와 현실 모두 흔하다. 지방 검찰이 선거 정치와 기업 헌금에 매달린 주지사의 입김 탓에 비리 수사를 왜곡하는 이야기도 곧잘 등장한다.

그러나 연방 검찰과 FBI가 정치나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영향받는 얘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늘 독립적이고, 본연의 임무 외에 바깥 세상과 교유(交遊)조차 않는 모습으로 비친다. 그래서 할리우드의 상상력도 감히 용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되뇌는 것은 공허하다. 그러나 조폭 두목을 앞세운 로비에까지 자유롭지 못하다면, 할리우드 3류 멜로드라마가 비웃을 일이다.

그 바탕은 이미 슬롯머신 사건 등에서 드러났듯이, 고지식하게 본분을 지키기 보다 정치권 등 세상과 널리 교류하는 것을 입신양명의 길로 여기는 그릇된 풍토다.

그 무모하고 천박한 처신을 타기하지 못한 이들에게 ‘모래시계 검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감찰 조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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