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진하게 마신 다음날이면 해장거리를 찾게 마련이다. 시원한 국물로 쓰린 속을 달래려 해장국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하지만 선지가둥둥 뜬 벌건 해장국물을 보는 순간 약간의 망설임을 겪게 된다. ‘저 빨간 국물이 뒤집어진내 속을 달래줄 수 있을까?’
서울 중구 다동 ‘돈머꼬 우머꼬’는 재첩 해장국이 제 맛인 집이다. 조개의 일종인 섬진강 재첩을 말갛게 끓여낸 국물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밤새 숙취에 시달린 위장과 머리 속을 개운하게 해 줄 것 같다.
해장국에는 파와 재첩밖에 들어있지 않아 조금은 밍숭밍숭한 맛이다. 민물조개 특유의 비린내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국물을 한 수저뜨면 그런 기분은 사라진다. 말간 국물 한 모금에 짭짤한 밑반찬이 입맛을 되돌린다.
이 집 재첩해장국은 또 껍질에서 재첩 살을 떼내는 번거로움이없다. 밥 한 그릇을 국물에 말아 수저로 슬슬 떠 먹으면 된다. 밥 먹는 작업이 단순해지니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저녁이 되면 ‘돈머꼬 우머꼬’는또 한 번 변신한다. 재첩을 초고추장에 매콤하게 버무린 재첩무침에 술 한 잔 걸치는 주변 직장인들로 붐비기 때문이다.이들은 다음 날 점심 때가 되면 이곳을 또 찾을지 모른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는다’는 옥호 그대로 제주산 오겹살도 이 집 사장이 추천하는 메뉴지만, 재첩만 못하다. (02)777-3812.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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