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45)시인이 여섯번째 시집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문학과경계사 발행)를 냈다.시인으로서의 최씨는 언제나 자신의 시선을‘등 굽은 이웃들의 시선’과맞춘다. ‘등 굽은 이들의 시선 가운데로들어가는 길’, 그것이 최영철 시의 길이다.
‘부드러운 잎 다 떨구어내고/ 내 몸 구석구석 칭칭 가시로 동여매야겠다…섣불리 피워낸꽃이라도 있다면/ 달콤한 열매라도 있다면/ 다 거두어 날려버려야겠다/ 사막의 타는 갈증 불러와/ 삭풍 몰아치는 어둠 끌어와/ 빈 가슴 덮어야겠다’(‘12월’에서).
꽃과 나무에 대한 부드러운 기억을 간직하려 하기보다는, 그는 혹여 ‘섣불리 피워낸 꽃’이나 ‘달콤한 열매’만이 자신의 가슴을 차지하고있지 않은지 경계한다.
이처럼 최씨의 시는 자신의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너무도 익숙한 변두리의 삶에 대한 기억을 견고한 서정으로 승화시킨 언어이다.
‘꿈꾸면 그대 부르게 될까 봐/ 꿈 깨면 애타게 목마른/ 그리움 날아갈까 봐/ 잠들지못하네/ 그대 간 빈 자리 마주 보며 넘기는/ 가을 겨울 봄 여름’(‘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표제작은 2년초인 개망초가 떠나버린 1년초 쥐꼬리망초를 기억하면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름답게 수놓인 작품이다.
자연의 순환에 빗댄 이 같은 시심은 지금 최씨가 터잡고 살고 있는 부산의 바다를 통해서도 표현된다.
개망초가 쥐꼬리망초를 그리워하듯 파도는 바람을 그리워한다. ‘이리저리 온 바다를 떠돌다/ 정처없는 파도 집어탄 바람// 한 번은 바람이다가/ 한 번은 파도였다가’(‘파동’)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힘없이 걸어가면서도 목소리만은 살아났던 메밀묵장수와의 만남, 아궁이에 올려 놓은 세숫물과 찌개 냄비를 치운 자리에 갑갑증이 꽉 들어차면서‘연탄을 보면 부끄럽다’고 중얼거리던 어느 하루.
이제 다시 다가올 추운 겨울을 앞두고 우리의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시인은 변두리 이웃의 신음과한숨을 듣는다.
‘자꾸 딴 데만 쳐다보는 나를집적이며/ 그가 옆에 와 있는지/ 옆구리가 훈훈해진다’(‘풍경소리’에서).
수선화 입술에 부리를 올려놓는 동박새처럼 최씨의 시는 ‘자꾸 딴 데만 쳐다보는’ 우리의시선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다.
최씨는 이번 시집에 새 작품과 옛 작품을 함께 담았다. 시집 1부의 시는 최근작이지만 2~3부는 그가 “3시집부터 1시집으로 거슬러 내려가며” 고른 것이다.
절판된 1~3 시집 중 시인이 가려내고 손을 본 작품이어서, 옛 것이지만 새롭다. 최영철 시의궤적을 두루 살필 수 있어서 더 반갑다.
김지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