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해진 도시의 밤거리를 내달리는자동차들. 법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스피드만 있다.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ㆍ감독 롭 코헨)는 장외 경기이다.톰 크루즈의 ‘폭풍의 질주’나 실베스타 스탤론의 ‘드리븐’처럼 스포츠로서 정식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레이싱이 아니라, 거리에서 벌어지는 카레이싱이다.스피드에 모든 것을 건 그들에게는 ‘카레이서’라는 고상한 이름 대신 ‘폭주족’이 훨씬 어울린다.
거리 카레이싱의 대부 도미닉(빈 디젤)에게 겁없이 도전하는 브라이언(폴 워커). 그는 고가의 전자제품이 운송 도중 폭주족에 의해 도난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수사를 위해 위장 잡입한 미연방수사국수사관이다.
브라이언은 경찰에 쫓기던 도미닉을 도와주면서 신뢰를 얻게 된다. 너무나도 익숙한 결말처럼 경찰과 용의자간에 동료애가 싹튼다.
‘질풍노도’를 연상시키는 원제처럼영화에서 젊은이들이 방황을 해소하는 수단은 스피드. 밤이 이슥해지고 거리에 차가 줄어들자 수백 대 자동차들이 모여들고, 폭주족들은 내기를 걸고거리를 질주한다.
자동차는 미국적인 소재이지만 뜻밖에도 거리를 활보하는 자동차 폭주족들은 대부분 흑인, 동양계, 히스패닉계이다.
폭주족들이 브라이언에게 반감을 가졌던 것은 수사관이라는 것을 눈치채서가 백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주류 백인사회의 장벽이 높듯 미국 내 소수자인 그들은 정식 자동차 경기장에진입도 어려운지 모른다.
할리우드의 소수인종에 대한 스테레오타입도 여전하다. 모델출신 한국계 릭 윤도 출연하지만, 도미닉과 경쟁관계의 조직을 이끄는비열한 중간 보스일 뿐이다.
수만 달러를 들여 개조한 자동차를 보는 눈은 즐겁다. 하지만 브라이언이 수사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용의자인 도미닉에게 빠져들고 눈앞에 있는 범죄자를 그대로 놓아주는 결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가더욱 엉성해진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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