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의 금감위 국정감사가 한나라당측에서 폭로한 무영장 계좌추적 논란으로 시끄럽다. 골자는 검찰이 금감원에 공문을 보내 계좌추적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자 인권 침해”라고 펄펄 뛰고 있다.솔깃한 주장이지만 사실은 최근 몇 년 새 유행하고 있는 ‘계좌추적과 감청 공포증’ 풍조에 기댄 것이다.야당의원들은 “권력기관이 영장없이 마음대로 계좌를 뒤질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이 금감원에 의뢰하는 것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로 제한돼 있다.
주가조작 등 첩보를 입수하면 매매분석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워낙 어려운 작업이라 전문기관인 금감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불공정거래에 관한 한 금융실명제법도 금융기관장이 ‘목적내(범죄적발 및 형사소추 등) 용도’로 거래정보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금감위에선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위법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4~5년전쯤 검찰에 대한 정치권 주문 사항은 강압수사 금지였다. “왜 미국처럼 과학적 수사를 하지않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검찰과 금감위의 공조수사야 말로 과학적 수사의 전형이 아닐까. 국감장에서 “올해는 감청이 몇% 늘었다”며 쏟아지는 선정적인 자료도 유사한 함정에 빠지고 있다. ‘검찰불신증’에 빠져무조건 두드려 패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입법의 흠결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 보완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범죄 대응능력이 무기력증에 빠진다면, 이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 정치공세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해서는 안된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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