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 올 디지털위성방송의 올 연말 본 방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 해 12월 19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위성방송사업자로 추천돼 방송을 준비해 온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은 당초 11월에 시험방송을 한 후 12월에 본 방송을 한다는 계획이었다.KDB 관계자는 17일 “방송위의 위성방송사업자 추천이 당초 일정보다 늦은데다 위성방송에 대한 법적 정비가 제대로 안 되고 프로그램 공급자(PP)선정, 방송시설준비 등 필수적인 사항 결정이 지연돼 내년 초나 본 방송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현두 사장도 “12월 본 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실적으로많은 문제가 있다” 고 확인했다.
위성방송의 방송 차질은 우선 무리한 일정 추진 때문이다. 지난 해 사업권을 추천받기위해 경쟁을 벌였던 KDB와 한국위성방송(KSB)이 방송위로부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방송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다.
사업권자가 결정되자 방송계 안팎에선 1년 내 본 방송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위성방송을 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 최소한 2년 이상 치밀한 준비를 한 다음 본방송을 시작했다.
위성방송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우선 지상파 방송재송신 문제, 불법 위성방송 사업자 문제, 데이터방송 서비스 규제 문제, 위성방송 수신시설(셋톱박스)의 보조금 지급 문제 등 해결 안 된 법적인문제가 남아있다.
위성방송 성공 여부를 결정할 PP사업자 선정이 예정보다 늦은 것도 본 방송 차질 요인으로 작용했다.
74개 비디오채널과 60개 오디오채널로 시작하려던 위성방송이 12월 본 방송을 하려면 최소한 올6월 정도에는 PP사업자가 선정됐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현재 농어민채널, 시민채널 등 15개 채널을 제외한 59개 채널만선정됐다. 하지만 사업권을 딴 PP중에서도 지상파TV나 케이블TV를 제외한 신규 방송사업자들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역시 기존 케이블TV 방송 내용을 상당부분 재방송 할 것으로 보여 콘텐츠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가입회원 확보와 위성방송 수신을 위한 셋톱박스 설치도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KDB는 올 3만 회원, 2002년 50만 회원 확보라는 목표를 세우고 마케팅팀을 가동해 10월 15일부터 회원확보를 위한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본 방송 차질이 확실시 돼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디지털테크,삼성전자 등 3개 업체를 셋톱박스기기 제공업체로 선정했으나 가입자들에게 KDB가 얼마나 설치비를 보조해줄지가 결정되지 않아 설치가 늦어질 전망이다.
위성방송을 수신하려면 20만원대의 셋톱 박스를 설치해야 하는데 KDB측은 보조비율을 놓고 방송위와 협의 중에 있다.
이 같은 KDB의본 방송 연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방송계에선 졸속으로 위성방송을 시작해 방송환경을 악화하기보다는 준비를 철저히 해 방송의획기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강성구 의원도 14일 방송위 국감에서 “본격적인 위성방송시대를 맞아 위성방송과 지상파방송,케이블방송 간의 경쟁과 갈등 해결 등 위성 방송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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