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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어드벤쳐21] 제11회 10억분의 1m가 여는 세상-나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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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어드벤쳐21] 제11회 10억분의 1m가 여는 세상-나노 기술

입력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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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 ‘나노(nano)’의 무궁무진한 미래에 대한 탐험이었다. 한국일보사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동원증권, ㈜팬택,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월례과학강연 ‘ 사이언스 어드벤처21’ 제11회 강연이 15일 서울 동국대 중강당에서 개최됐다.‘10억분의 1㎙가 여는 세상_나노 기술’을 주제로, 정부가 21세기 핵심 과학산업으로 육성하는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조원(李兆遠ㆍ49) 단장이 강연했다.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에 불과한 나노 세계를 제어하는 기술은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 과학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나아가서는 인류생활의 대변화를 예고한다. 이조원 박사는 나노 기술의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었다.

‘지구:동전=동전:나노’. 나노 세계가 얼마나 작은지 단적으로 설명하는 공식이다. 지구를 눌러서 지름을 동전만한 크기로 만들었다면, 그 동전을 다시똑 같은 힘으로 눌러야 원자 3~4개를 합쳐놓은 크기인 1나노미터가 된다.

오랫동안 이런 극미세 세계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인 파인만은 1959년 원자 크기도 인간이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81년 과학자들은 마침내 STM(scanningtunnel microcopy) 기술을 이용해 원자크기의 IBM이라는 글씨를 새겨 넣음으로써 파인만의 혜안을 증명했다.

그리고 20여 년 후 원자세계를 제어하는 나노 기술은 과학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나노 기술이 필요한 이유

1946년 개발된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은 한 번 전원을 연결하면 주변 필라델피아 지역의 전기가 전부 나갈 정도였다.

속도는 지금 PC의 80만분의 1에 불과했지만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는 손안에 들어올정도로 작아졌지만 현재와 같은 기술로는 곧 한계점에 다다른다. 4~5년 후면 반도체를 더 이상 미세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노 기술은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줄 것이다. 기존의 반도체는 수천개의 전자가 이동함으로써 작동한다.

하지만 나노 기술을 이용하면 원자나 전자 하나 하나에 정보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크기가 작아지면 에너지효율이 증가한다.

원자나 전자는 움직이고 작동하는데 에너지가 거의 소비되지 않는다. 또 원자나 전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미래의 컴퓨터는 고장이 났을 경우에도 완전히 재생이 가능하다.

어떤 부품이건 원자 단위까지 분해해서 완벽하게 다른 부품으로 재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노기술은 퓨전 과학

나노 기술은 비단 컴퓨터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 화학, 전자공학,생명공학 등 과학의 전 분야를 뒷받침해주는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 나노 기술을 퓨전 과학으로 지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연구 범위도 다양하다. 우선 나노 기술로 DNA를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되고있다. 똑 같은 물질이라도 1.2나노미터에서는 초록색, 2.1나노미터에서는 오렌지색을 띠는 등 크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이러한 색의 스펙트럼을이용해 2나노미터 크기인 DNA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몸 속에 내장돼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양의 약물을 내보내는 나노크기의 상자도개발 중이다. 즉 질병이 발생한 부위에서 뚜껑이 열려 나노 혹은 피코(picoㆍ1조 분의 1㎙) 리터 단위까지 약물을 조절해 분비하는것이다.

또 이탈리아 화학자들은 미세한 나노 입자를 만들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모된 그림을 복원하기도 했으며, 8월 일본 과학자들은 세계에서가장 작은 조형물인 10마이크로 크기의 황소를 만들었다. 나노 단위의 세부 조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생물과 무생물의 결합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에 인간의 몸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기 화합물인 ATP에 나노 크기의 기계를 부착하는 연구가 있다.

ATP 머리부분에 니켈 프로펠러를 부착해 만든 ‘생체 모터’이다. 이 생체모터를 응용하면 유기화합물이 프로펠러에서 만들어낸 에너지로 몸 속을 여행하며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 초보 수준의 연구지만 나노 기술의 마지막 단계는 이와 같이 ‘생물과 무생물의 결합’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생물학 원리인 자기 조합(Self Assembly) 기능이 적용될가능성이 있다.

생물은 스스로 원자를 조합해 하나의 세포로 성장하고 기관을 만든다. 인간이 만들어낸 나노 물질에 이러한 생물학적 조합능력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진화하는 나노 로봇이 꼭 꿈만은 아니다.

■Q&A / 상온에서 안정적 원자배열 숙제

이조원 박사의 강연이 끝난 후 청중석에서는미래 핵심기술의 원천인 나노기술의 한계와 나노기술의 적용과 관련된 전문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Q 나노기술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한계는?

A 현재 나노기술의 최대 난제는 상온에서 안정적인 상태의 나노 물질을 만들지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IBM 연구소 아이글러 박사가 1990년 니켈 금속판 위에 키세논 원자를 하나씩 늘어놓아 ‘IBM’ 로고글자를 새긴 것은 나노기술의 대표적 성공 사례이지만, 특수환경(극저온)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상온에서 원자 하나하나를 안정적으로 배열하는 것은 미완의 기술이다.

나노물질을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하는방법도 찾아야 한다. 어떠한 방법으로 나노물질을 제조하든지 간에, 현재 수준으로는 나노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다.

나노기술로 얻는이익이 비용보다 크지 않으면 기술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나노부품들을 기존의 다른 부품, 시스템과 연결시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Q 나노연구에 사용되는 주사형터널링현미경(STM)의 원리는?

A 나노 단위의물질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 나노세계는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다.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에는 제한적이다.1981년 스위스 IBM 소속 하인리히 로러(스위스)와 게르트 비니히(독일)가 개발한 주사형 터널링현미경이 전기를 마련했다.

특정한 에너지 범위에서도체와 도체의 간격이 나노 수준으로 좁혀지면 양자역학적 전자투과현상이 일어나 한쪽 도체에 있는 전자가 반대쪽으로 건너뛰는 터널링 현상에 착안한것이다.

원자크기의 바늘을 관찰하려는 원자와 나노 거리에 두어 이 사이에 전자가 움직이면, 바늘이 전류의 변화를 읽어내 물질의 형태를 볼 수 있게된다.

Q 원자를 제어하는미세한 연구에서, 손실분이나 외부 노이즈에 따른 기능상의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은?

A 인간의 뇌는외부에서 노이즈가 들어와도 필요한 정보만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있으나, 기계는 그렇지 못하다.

기계는 투입한 것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외부에서 노이즈가들어오면 의도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고장 없이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부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이제는 부품의 결함을인정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약간의 결함이 발생해도 작동할 수 있도록 부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나노가 여는 세상-뇌에 정보칩저장…숯을 다이아몬드로

숯을 분해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나노 기술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가능한 이야기다.숯과 다이아몬드는 똑같은 탄소원자로 만들어져 있다.

나노 기술이 발달해 원자를 분해하고 제어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면 숯을 자동으로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전자레인지가 등장할 수도 있다.

또 이 전자레인지는특정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레시피(recipe)’를받아 탄소 3g, 산소 5g 등 필요한 원료를 취합해 바로 해당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즉 나노기술은 ‘연금술’의 부흥을 뜻한다.

이뿐만 아니다. 기존의 거대한 우주선은 에너지 조달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나노 크기 우주선을 제조하면 에너지 고갈의 우려 없이 우주탐험이 쉽고 간단해진다.

또 몸 속에서 특정 병균만은 잡을 수 있는 나노 덫 개발이나,혈관 속을 돌아다니는 종양 제거로봇, 눈에 보이지 않게 적군의 특정 부위만을 공격하게 만드는 나노 병사의 등장도 가능하다.

나노기술이 인체와 결합될 때 그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나노 칩을 뇌에 삽입함으로써컴퓨터와 인간의 지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

머리 속에 든 컴퓨터를 통해 뇌에서 시시각각 필요한 정보를 다운로드 받고 재생하면 더 이상 지식을가르치는 학교가 필요 없게 된다. 이런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유일한 것은 ‘창의성’이될 것이다.

■이조원 박사는

이조원 박사는 국내 나노 기술 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양대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나와 IBM 왓슨 연구소에서 스토리지(저장공간)와 FRAM(강유전 메모리) 개발에 참여했으며 1992년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옮겨 본격적으로나노 분야 연구에 뛰어들었다.

삼성그룹 기술논문 최우수상, 삼성종합기술원 무한탐구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고 삼성종기원신소재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종기원에서 연구실적을 인정 받아 지난 해 과학기술부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인 테라급 나노소자 사업단장으로 발탁돼,현재는 전자 하나 하나에 정보를 저장하는 단전자 메모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연구원만 500여 명. 16기가 이상은 나올 수없는 현재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손톱만한 반도체 칩에 영자신문 840만 페이지 저장이 가능한 테라(teraㆍ1조)급 소자 개발이 목표다.

■제12회 '생명의 비밀상자-게놈' 서울여대서

★‘사이언스 어드벤처21’ 제12회 강연의 주제는 ‘생명의 비밀상자_게놈’입니다. ‘생명의 서’에 비유되는 인간 게놈(유전체)의 지도가 2001년 완성, 공개되는등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인류의 욕구는 끝이 없습니다.

국내 게놈 연구의 핵심인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유향숙(兪香淑ㆍ51) 단장이 강연합니다.10월 20일 오후 3시 서울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며, 참가신청 및 문의는 인터넷 홈페이지(event.hankooki.com/science)와전화(02-3463-3133)로 할 수 있습니다.

★강연록과 질의응답 전문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됩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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