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10월1일)이 보름도 안 남았다. 그러나 여성에게 명절이란 음식 준비부터 상 차리기 등 가사노동과, 음복과 제사의 소외 문제 등 성차별이 집중되는 때이다.고스톱 일색인 명절 놀이문화의 부재, 외 부모 가정이나 시설 아동의 쓸쓸한 명절 보내기 등 ‘즐거운 명절’ 이면에는 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
11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21세기 명절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토론회에서 ‘함께웃는 하하 명절을 위하여’라는 주제 발표를 한 여성학자 오숙희(42)씨로부터 ‘대안명절’ 보내는 법을 들어봤다.
▦가사분담, 역할 배정부터 시작하자
예를 들어 큰 시숙은 지방 쓰기ㆍ병풍 꺼내 닦기, 작은 시숙은 과일 씻기, 도련님은 장보기ㆍ청소, 아이들은 잔심부름ㆍ음식 나르기 등으로 역할을 나눈다. 명절을 앞두고 며느리들끼리 전자우편 등을 통해 음식 메뉴를 정하고 각자 나누어 준비해오면 ‘여성간의 차별’도 줄일 수 있다.
오씨는 가사분담을 위해서는 시부모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절은 선대(先代)를위한 의례인 만큼 그 변화 역시 부모 세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만두나 송편 빚기, 밤 까기를 시키고 며느리의 애로사항을이해해주는 일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명절,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드는 출발점
여성은 일에 지치고, 남성은 남는 시간 죽이느라 지치고, 아이들은 심심해 지치고.온 가족이 참여하는 윷놀이가 흔히 명절 놀이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실내놀이는 결국 여성의 잔심부름으로 별 효과가 없다.
오씨는 친척 회의,친척 신문 만들기, 가족 문학의 밤, 중고물품 교환시장 마련 등을 제안했다. 마을 공동으로 연날리기 대회나 제기 차기 대회 등 명절 이벤트를 만드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 폐쇄주의에서 함께하는 열린 명절로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어느한쪽 부모만 있는 가정의 경우 명절은 오히려 을씨년스럽다. 오씨는 강원 원주시 한 가정의 사례를 소개했다.
“명절이면전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가 홀로 보내야 했다. 그러나 지난 해에는 비슷한 환경의 네 가족이 우리 집에 모여 명절전날 송편도 빚고 아이들도 함께 놀았다. 밤에는 노래방에 같이 가서 즐겁게 놀았다.”
오씨는 “남은음식을 싸서 무의탁 노인이나 시설 아동을 찾거나, 구청이나 면사무소 주관으로 아파트나 동네 주민이 학교 운동장에모여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마을 공동체의 연중 행사였던 명절의 옛 정신을 되살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과장의 가상 명절-음식은 두집이 나눠…차례는 동생집서…
‘올해42세의 민 과장은 3남 1녀 중 장남으로 현재 딸과 아들을 둔 평범한 회사원이다.지금까지 명절은 잠자기와 고스톱으로 보냈으나 올해부터는 의미 있는 명절을 보내기 위해 고민 중이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최근 인터넷(smile.womenlink.or.kr)에띄운 대안 명절 가상 시나리오 ‘민 과장의 명절 따라가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성이 먼저 개혁하는 명절문화를 제시한 것이다. 명절을 맞는 민 과장의 생각과 실천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명절 일주일 전. 이번명절은 광주에 있는 둘째 동생 집에서 보내자고 해야겠다. 김치ㆍ밑반찬ㆍ국은 둘째, 고기ㆍ과일ㆍ전은 우리 집에서 맡으면 좋겠다.
회의를 위해 모이는것은 어려우니까 메일이나 전화로 하면 되겠다. 명절 이틀 전. 가족 모두 장을 보러 갔다. 난 전을 부치고 아이들한테는 밀가루랑 계란 묻히는 것을시켰다. 해보니까 못할 것도 없다.
명절 전날. 둘째 동생 집에다 모였다. 못난 송편을 빚은 사람은 노래 한 곡씩을 불렀다. 그런데 우리가족끼리 명절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을까.드디어 명절.
이번 명절 밥상에는 아내와 제수씨들도 함께 했다. 설거지는 동생들을 시키고. 저녁 때는 온 가족이 노래방에 갔다. 다음 명절은 처가에서 먼저 보내야겠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