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탈레반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미 언론과 학계, 국제사회 일각에서 성급한 ‘보복 전쟁’을 경계하는 신중론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한 보복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반전운동도 시작됐다.뉴욕에서는 처음으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14일밤 추모집회가 열린 뉴욕 맨해튼의 한쪽에서는 수백명의 평화주의자들이 ‘세계평화’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전쟁 반대를 외쳤다.
시위대는 테러가 ‘반문명적 행동’이라면 과연 전쟁은 ‘문명적 행위’인가라고 반문했다. 센트럴 파크, 유니온 스퀘어 등에도 ‘전쟁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구호가 내걸렸다.
신중론자나 반전론자들은우선 몇몇 과격 집단이 저지른 일 때문에 이슬람 또는 아랍세계 전체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뉴욕 타임스는 15일사설에서 조지 W 부시 정부는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국가들을 끝장내겠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에 아프가니스탄 외에 이란 이라크 시리아수단이 포함된다면 과연 인구 1억5,000만 명이 넘는 이 국가들 전체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은 ‘지금까지의 테러 대응방법과 크게 다른 방향으로 나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미국의 테러무력 보복이 실패한 전례에 비춰 미국 국민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군사행동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나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4일 사설에서“일정한 전선도 없고 적도 숨은 상태에서 장기 전투는 무고한 희생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군사행동은 ‘즉각적 복수’의 만족감이 아니라 장기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전론자들은 특히 무력에 의한 해결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제야말로 보다 근본적인 화해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의견들이다.1986년 베를린 디스코텍 폭탄 테러당시 로럴드 레이건 정부는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뱅가지를 폭격했지만 리비아는 1988년 로커비 사건을 감행하는등 테러를 중단하지 않았다
신중론자들은 보복이또 다른 보복을 낳는 ‘피의 악순환’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윌리엄 킨케이드 아메리칸 대 교수는 “앞으로 수십년간 미국과 아랍간에 복수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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