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는 곧 전쟁의 역사다. 인류가전쟁에 몰두한 세월보다 평화의 기간이 훨씬 긴 듯 하지만, 국가간 질서가 정의와 우호에 바탕한 진정한 평화의 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그래서 전쟁은다분히 본능적이고, 평화는 적극적으로 창조해야 하는 이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탄식이다.
역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을 당한미국은 보복과 응징을 위한 무력 행사를 스스로 정의를 위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가공할 테러가 남긴 참상에 경악한 국제 사회도 미국의 비극을 애도하면서한 목소리로 반 인류적 테러를 규탄하고 나섰다. 또 테러와의 전쟁에 저마다 한 몫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분노와 국제 사회의공감이 다가올 전쟁을 정의로운 것으로 승격시킬 수는 없다. 역사상 모든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도 복수심이란 이기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이상의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 것이 인류 전쟁사가 증언하는 진리다. 전쟁이 진정한 평화를 창조한 선례는 없다.
이런 전제에서, 우리는 국제 사회는 물론 미국에서도 자제와 자기 반성을 촉구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비록 충격과 분노가 지배하는 대세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다가올 전쟁의 잔혹성을 억제하고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위한 모색에 도움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해의 죄과가 크더라도 테러범죄는 사법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론은 쓸모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테러 사주 용의자를 비호한 혐의를 받는 아프가니스탄과 특히 그 국민을 전쟁 수준 보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지는 끝까지 논란 돼야 한다.
국제 사회가 이를 외면한 채 막연히 테러 응징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면,역사는 무고한 아프간 국민에 대한 공격을 또 다른 국제적 범죄로 기록할 수 있다.
미국의 이기적 대외 정책이 참극의근본 원인이라는 지적과 반성은 한층 철저히 천착 돼야 한다. 미국의 대외 개입이 오로지 국제 평화를 위한 것이란 주장은 그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의미가 없다.
테러 응징을 선과 악의 대결로 선언한다고 해서, 억눌린 피해자들이 테러를 성전(聖戰)으로 추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무릇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는 국제테러를 도덕의 차원에서 논하는 것은 위선이거나 무지일 뿐이다.
미국의 분노와 전쟁 명분에 누구보다 쉽게 공감하는 우리 사회도 좀 더 냉철한 시각으로 사태의 본질과 국익을 가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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