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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 방문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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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 방문의 해?

입력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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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에서 공익광고를 보고 올해가 한국 방문의 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이 광고를 보지 못했다면 내가 여기 와서 보낸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이 지나갔을 것이다.나는 아직도 음식점에 가면 종업원들의 머뭇거림, ‘어머나, 외국인이네’ 하는 듯한 표정과 마주쳐야 한다. 그래서 친절한 미소로 환영해주는 베니건스나 T.G.I. 같은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게 된다.

밤에 택시를 잡는 것도 곤란한 일 중 하나다. 두 세 명의 외국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천천히 속도를 줄여 다가오던 택시는 우리 얼굴을 보고 다시 줄행랑을 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스스로 ‘외국인’의처지에 놓고 생각할 줄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인이 외국을 여행하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게 될 때 이런 일이 ‘상습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한국은 관광국으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월드컵 기간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월드컵은 한국인에게도 문화적 충격이 될 것이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이고, 한국인들은 한국을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해심과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이 초반에 탈락해도 한국인들이 월드컵경기와 방문객에게 여전히 관심을 가질까 의문이다.

2002년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축구실력은 21세기 수준인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태도와 행동방식은 20세기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월드컵 기간 동안 치러야하는 경기는 축구경기만이 아니다. 각 분야에 있어서 일본과 경기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서울의 어느 카페에 들어가더라도 서비스는 여전히 ‘한국적’이다. 이를 보면 아직도 한국은 옛 명칭인 ‘은둔의 나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한국방문의 해’에 한국 영자신문에 나온 유명 호텔들의 ‘여름특별할인행사’ 광고를 보고 깜짝놀랐다. 광고는 한국인과 체류허가증이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숙박비를 할인해주는 행사에 관한 것이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거기에 빠져 있었다.

외국인관광객은 돈이 많아서 비싼 호텔 숙박비를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일까. 한국관광산업 마케팅의 타깃이 누구인지 혼란스럽다. 별 다섯개짜리 호텔을 이용하는 돈 많은 관광객이 아니라면 대부분 열악한 시설의 ‘여관’, ‘러브호텔’ 같은 곳에 묶게될 것이다.

집에 돌아가 가족들에게 잠자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한국은 사업가부터 배낭객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을 위해 숙박시설을마련해 놓고 있는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한국에선 배낭여행하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태국은 배낭여행객들이 자기 나라에 수억 달러를 안겨다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 정부와 국민은 경제 뿐 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의 수준을‘한국’이 아닌 ‘국제’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 공원과 길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들을 제대로 유지ㆍ보수하는 데 있다.

담배꽁초와 껌이 즐비한 서울의 인도는 내가 다른 데서 볼 수 없었던 더러운 길들 중 하나이고 몇 개 없는 쓰레기통도 하루종일 쓰레기로 넘쳐 악취를 풍긴다.

정부가 한국의 관광산업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편의 시설 확충과 숙박문제 해결및 서비스산업의 예절교육 강화 등에 바로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모두가 크게 걱정하는 외국인과의 언어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언어장벽은 대부분 국제어인 ‘미소’로 해결된다. 한국인들은 이것을 잊고 있다.

매튜 스틸

호주인성균관대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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