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관가에서 진념(陳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역대 경제장관 중에서도 이론은 물론이고 실물 경제에도 두루 밝은 몇 안되는 ‘유능한’ 장관으로 통한다.진 부총리는 6공화국부터 ‘국민의 정부’까지 10여년간 4개 경제부처 장관을 역임, ‘직업이 장관’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실력에 관운까지 함께 하는 행운을 누린 경제관료이다. 외환위기 때는 법정관리 상태였던 기아자동차 회장을 맡아 실물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진 부총리는 또 국민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보다는 시장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경제 현안과 관련된 격의 없는 토론을 즐길 정도로 개방적이다.
그 때문일까. 진 부총리는 역대 경제장관 중에서도 TV나 라디오 등 방송에 가장 많이 출연하는 장관이 됐다. 재경부에 따르면 6월 중순이후 진 부총리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주 라디오 및 TV 방송에 출연중이다.
재경부는 “부총리가 방송에 출연, 경제에 대한 부총리의 전망과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경제현안과 관련된 정부의 방침을 국민에게 적극 홍보,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완화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된 까닭인지 정작 국민들은 부총리의 방송 출연이 잦아질수록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9월부터는 정부가 나서겠다’는 부총리 다짐과 달리 현대투신, 대우차 문제는 미궁을 헤매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TV대담 프로에서 “투자자들의 과민반응으로 증시가 폭락했다”고 말했다가 성난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미국의 테러 대참사로 세계경제가 공황조짐을 보이고 국내 경제에 대한 장기불황 경고가 나오는 이 긴박한 시점에 경제부총리가 경제홍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정말 그렇게 필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
조철환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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