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법원이 차량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36단독 유제산(柳濟山)판사는 16일 급발진 사고 차량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보험이 자동차 제조사인 기아자동차㈜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8일 “기아차는 원고에게 1,1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현대, 대우, 기아 등 자동차 제조회사를 상대로 1997년 이후제기된 70여건의 급발진 피해소송은 물론, 제조물의 결함을 놓고 벌어진 소송의 입증책임 전환 문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 판사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운전자의 과실이나 차량 결함 중 한가지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사고에서 운전경력 30년 이상인 주차관리원 이모(57)씨의 조작상 과실이 없었고목격자의 증언, 주행행적, 파손정도 등에 비춰볼 때 비정상적 주행이 있었던 만큼 차량의 결함에 의한 사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이어“급발진 사고의 경우 지금까지 운전자가 차량에 결함이 있음을 입증해야 했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차량의 결함을 밝혀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차량 제조사가 차량에 결점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99년 말 이씨가 사고차량을 주차시키기 위해 시동을 걸자 자동변속기 레버가 주차위치인 ‘P’에 있었는데도 갑자기 후진, 담벼락을 들이받고 다시 전진해 주차돼 있던 다른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자 차주에게 수리비를 지급한 뒤 이씨와 주차관리소, 기아차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기아차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5일 항소했으며, “급발진 소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차량결함에 대한 원고의 입증과정이 전무하고, 소액재판이어서 변론기회도 3회만 갖는 등 심리가 미진했다”고 주장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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