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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조기에 치료하면 진행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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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조기에 치료하면 진행 늦출 수 있다

입력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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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는 의사로부터 진단받기 약 3년 전부터 사회활동 위축, 우울증, 편집증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피에르 테리어트 미국 로체스터 의대 교수)“안타깝게도 많은 노인들은 우울증을치료할 최적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루이스 아게라 스페인 도세드 옥토부르대 교수)

9~14일 프랑스 니스 아크로폴리스에서 열린 제10회 세계노인정신과학회(IPA)에서는 치매의 예방 및 조기치료 등에 대한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치매는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등 극히 일부 종류의 치매를 제외하고는 아직 그 원인조차 확실히 밝혀져있지 않은 상태다. 완전한 치료법 역시 없다.

하지만 이번 학회에서 각국 학자들은 비록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해도,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치매의 진행을늦추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피에르 테리어트 교수는 “치매의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앞서 언급한 초기 증상에 이어 불안, 초조, 방황 등 기분 변화(중기),환각, 망상, 공격적 언행(말기) 등 단계별 증상을 거치게 된다”며“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적극적인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치매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우울증치료가 여러 심포지엄에서 주제로 다루어졌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치매의 상태가 심각한 양상을 보인 뒤에야 환자로 인식하고 입원이나 격리 외에는 적극적인 치매 치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학회에 참석한 인도의 카리수르 의대 K. S. 사치 박사는 “개발도상국에서 치매 환자들에대한 조기 치료 기회의 상실은 가족의 신체ㆍ정신적 건강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강조했다.

조기 치료가 상당한 비용이 들더라도, 결국은 가족과 국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치매의 조기 진단

치매의 조기 진단을 위한 검사로는 신경심리검사 같은 기본적인 것 외에 페트 검사 등 여러가지 검사법이 이용되고있다.

페트검사법이란 뇌의 측두엽과 전두엽에서 치매 환자의 경우 포도당 사용이 떨어지는 점을 이용, 시간을 두고 포도당 사용의 변화를 관찰하는검사법이다.

이외에도 뇌의 인지기능 변화 상태를 체크하는 검사법도 있다. 학자들은 조기 진단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제기했다.

치매로 조기 진단을받았을 경우 환자 개인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치료비를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에게 절망감만 안겨줄 수 있다는것이다.

이기철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모두 치매가 아니며, 치료 가능한 다른 원인으로 인한 병도 많으므로,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가정확한 진단을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

비록 치매로 진단받았을 경우라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다면 진행 속도를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조기 치료의대표적 방법은 약물 치료. 최근 여러 가지 종류의 조기 치료 약물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활발하게 처방되고 있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허가를 받고 국내에서 지난 해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한국노바티스의 엑셀론을 비롯해 한국얀센의 레미닐, 한국에자이의 아리셉트 등 최근 1~3년 사이개발된 약들은 효과는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다.

엑셀론의 경우 사람의 뇌 안에 있는 아세틸 콜린 분해효소(ACHE)의 활성을 높이고, 질병 악화에관여하는 부틸콜린분해효소(BuChE)는 억제하는 이중 작용으로, 노인의 인지기능 악화를 크게 감소시키고 행동장애를 개선시켜 주는 것으로 발표됐다.

필립 로버트 프랑스 니스 메모리병원 박사는 약물을 사용한 후 글쓰기가 매우 좋아진 환자의 글씨체를 임상 결과로 발표했다.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서국희 교수는 “치매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 현저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약 1년 정도”라고 밝혔다.

이번 학회에서는 약을 그 이후에도 계속 환자에게 처방해야 하는지,중도에 포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효과적이라면 더 오래 사용해야 한다는 의사와 경제적 효과를 감안해 중도에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사들로 갈렸다.

IPA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알리스터 번스 영국 사우스 맨체스터 병원 박사는 “치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동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강조하면서 “치매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고혈압,심장병, 당뇨, 고지혈증 등을 즉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흡연과 과음을 피하고, 비만을 방지하고, 적절한 운동과 머리 쓰는 활동을 계속한다면 치매 예방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학자들은 포도주가 심장병을 예방하고, 결국 치매예방에도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이럴땐 의심을

흔히 ‘노망’이나 ‘망령’이라고 부르는 치매는 뇌신경에 일시적 혹은 지속적 손상이 발생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곤란을 나타내는 일종의증후군이다.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은 알츠하이머형과 혈관성치매이다.

알츠하이머형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고,혈관성 치매는 주로 뇌졸중 발생 후에 많이 나타난다.

치매를 경고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이다. 가끔 이름 혹은 전화번호 등을잊어버리지만, 나중에 기억해 낼 수 있다면 정상이다. 치매환자는 자주 잊어버리고 나중에 기억해 내지 못한다.

둘째, 일상생활의 어려움이다. 식사준비, 식탁차리기 등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셋째, 언어장애이다. 간단한 단어를 잊어버리거나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 남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게 된다.

뇌졸중 후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의사소통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는경우와는 다르다. 넷째, 시간이나 공간 감각을 잃어버린다.

나중엔 밤낮, 날짜, 계절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다섯째, 판단력이 빈약해진다. 옷을뒤집어 입거나 갓난아기를 돌보다 혼자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여섯째, 추상적 사고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계산도 할 수 없고, 간단한 속담의 뜻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일곱째, 다리미를 냉장고에 넣거나 시계를 설탕 속에 넣는 등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둔다. 여덟째, 까닭없이 감정의 변화를 일으켜 눈물을 흘리거나화를 낸다.

아홉째, 인격의 변화를 일으킨다. 극도로 혼란스러워하거나 의심, 두려움이 많아진다. 마지막으로 자발성의 결핍이다. 집안 일이나 사회적의무에 매우 수동적이 돼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송영주 기자

■일은 제7회 세계치매인의 날

21일은 제7회 세계 치매의 날이다.

전세계 60여개 국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세계치매협회는 1994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9월 21일을 ‘세계 치매의 날(World Alzheimer’sDay)’로 정해 치매의 예방 치료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치매협회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랑의 손길을 모으는 ‘실버 씰(Silver Seal)캠페인’을 시작한다.

실버 씰은 결핵 퇴치에 기여한 ‘크리스마스 씰’과 유사한 것으로 우표와 함께발행돼 치매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다.

시민들은 실버 씰 캠페인의 상징인 실버 씰 홍보스티커 부착(차량용, 건물용), 실버 씰 상징기 게양,ARS(060-708-7788) 기금 참여 등을 통해 모금에 참여할 수 있고, 자원봉사(02-766-0710)를 할 수도 있다.

한국치매협회 우종인(서울대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회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치매에 대한국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신경과학회도 20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매를 주제로 강연회를 갖는다.

강연회에는 세브란스 신경과 김승민 교수(손발저림ㆍ안면신경마비)와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뇌졸중의 예방과 치료),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이재홍교수(치매의 예방과 치료) 등이 발표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28만 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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