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주는 나라를 위해서 뛴다.”교황의 나라 폴란드가 16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데는 이방인 스트라이커엠마누엘 올리사데베(23)가 있었다. 지난해 폴란드로 귀화한 나이지리아 출신의 올리사데베는 유럽 5조 예선 첫 경기 우크라이나 전에서 2골을 잡아낸것을 비롯 예선 7경기에서 7골을 뽑아내 폴란드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일등공신이 됐다. 올리사데베의 폴란드 귀화는 폴란드 대표팀 저지 엥겔 감독이삼고초려의 예를 갖춘 것은 물론, 폴란드 대통령까지 발벗고 나섰다는 소문이 떠돌 만큼 전국민적인 관심사였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올리사데베가맹활약한 덕에 폴란드는 지난 9월 2일 사상 7번째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요즘 폴란드 국민들은 그를 ‘올리사데보프스키’ 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올리사데베와 폴란드와의 인연은 운명적. 그는 나이지리아 국내리그에서 득점왕에올랐지만 바라던 나이지리아의 국가대표선수로 뽑히지는 못했다. 자국 선수들의 유럽진출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와도 갈등을 빚는 등모국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뛰고 싶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 낙담에 빠진 그를 눈여겨 본 것은 ‘제2의 조국’이 된 폴란드. 4년 전 폴란드로 이적한 그는 처음에‘힘있고 빠른‘ 폴란드 축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번째 팀인바르샤바 폴로냐로 옮기면서 비로소 기량을 만개했다.
올리사데베의 별명은 ‘우울한 스트라이커’ , 득점했을 때 기쁜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현지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다. 폴란드 대표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그는 1년8개월간 23억원의 임대료로 그리스 파타티나이코스팀으로까지 진출하는 등 요즘 축구인생 절정기를 맞고 있다. 올리사데베는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폴란드축구를 부활시킬 희망으로 불리고 있다. “언젠가는 조국을 위해 뛸 수 있겠지만 지금은 폴란드를 위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싶다”는 그는 내년의 첫 월드컵 무대에서 더 이상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을 것 같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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