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전방위 설득 작전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전문가들은 미국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어느 정도 협력을 얻어내느냐가 미국의 아프간 공격 성공 여부와 직결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프간의 집권 탈레반 정부를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있는파키스탄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위치와 어떤 국가 보다도 아프간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할 경우 2,500㎞에 달하는 국경을 통해 국제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추종자들이 파키스탄으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13일 페르베즈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미 전투기의 파키스탄 영공 통과 허용 ▦아프간 국경 봉쇄 ▦탈레반 정부에 대한 파키스탄의 원유공급중단 ▦오사마 빈 라덴과 관련된 모든 정보 제공 등을 요청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도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을 만나 파키스탄이 미국에 협력해 줄 것을 설득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도 “파키스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샤라프는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 “테러리즘에 대한 전투에서 아낌없는 협력”을 재차 강조하는 등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였으나 파키스탄이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적극 협력할 지는 미지수다.
파키스탄은 무샤라프의 군부 쿠데타로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를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 자국내에는 아프간 난민을 비롯해 빈 라덴의 지지 세력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어 이들이 ‘봉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요청을 두고 파키스탄 조야에서는 수락여부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환(李鍾煥ㆍ41)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카라치 관장에 따르면 정부의 기류와는 별개로 이슬람 지도자들과 국민 대다수는 미국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이 관장은 “파키스탄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3군 수뇌부가 이날 회의를 열고 미국 지원에 대한 득실을 따졌으며 폐샤와르 공군기지를 제공키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지 TV에서는 “범 이슬람적 단결을 해야 사악한 미국을 칠 수 있다”는 종교 지도자들의 말이 자주 나오고 있으며, 국민들은 “지금까지 미국이 파키스탄을 이용만 했지 도와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관장은 미국이 아프간에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파키스탄 군사정부는 국민의 정서를 감안, 육로를 이용하도록 할 수는 없지만 병참기지 정도는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이날 군대표단이 아프간을 방문했다고 밝혔으나 방문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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