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국 추모의 날’로 선포한 14일 미 전역은 슬픔과 분노, 전쟁을 앞둔 애국적 단결의 물결이 넘쳤다.각 도시와 마을에는 성조기의 물결이 넘치는 가운데 추모의식이 줄을 이었다.
이날 낮 전국의 모든 교회와 성당에서는 점심시간에 테러 희생자에 대한 추모예배가 거행됐고 방송들도미국 국가를 내보내며 테러로 스러져간 영혼들의 넋을 기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추모예배에 참석한 후 테러 사건 후 처음으로 대형참사가 벌어진 뉴욕으로 날아갔다.
그는 추모예배에서 “이번 테러는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미국에 대한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반인륜적인 테러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응징함으로써 고인들의 영혼을 달래줄 것”이라며 울먹였다.
워싱턴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성조기와 조화를 든 시민들이 일제히 가까운 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하는 바람에 평소 북적거렸던 식당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가지 공공건물은 물론 일반 건물에도 일제히 반기 형태의 조기가 내걸리는 등 미국 전역은 성조기의 물결로 넘실댔다.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에도 성조기를 달고 나왔으며 참전용사들은 모터사이클에 성조기와 ‘미국 만세’‘테러범에게 보복을’이라고 쓴플래카드를 달고 떼를 지어 시위행진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3일 밤 실종자 신고센터가 마련된 뉴욕 맨해튼의 방위군사령부와 워싱턴의 의사당 앞에서는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몰려나와 밤 늦게까지 촛불예배를 올리며 실종자의 귀환과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적십자사와 병원 등은 헌혈을 하려는 시민들로 내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러나 워싱턴 미 적십자사 중앙본부에서“피를 더 이상 보관할 수 없다”고 하자 안타까운 얼굴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MSNBC 등 주요 방송들은 이날 밤 뉴욕 실종자신고센터로 스튜디오를 옮겨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사연을 새벽까지 현장에서 방영했다.
실종자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든 가족들은 분노와 슬픔에 가득찬 얼굴로 ‘남편’과 ‘아빠’의 무사귀환을 빌며 오열을 터뜨렸다.
한 30대 주부는 “남편은 세계무역센터 108층에 근무 중이었다”며 “휴대폰으로 ‘건물이 지진에 흔들리듯 요동치고 있다’고 말한 게 마지막”이라며 울먹였다.
구조차 출동했다 실종된 한 소방관의 부인은 “그이는 과거에도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만큼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국 동부 일대는 미국민의 슬픔을 함께 하는 듯 13일 밤부터 비가 쏟아져 내렸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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