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14일 아프가니스탄 전역은 비교적 평온한 가운데서도 ‘전쟁’을 앞둔 긴장이 넘쳐 폭풍전야를 방불케 했다.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야 말 것 같은 느낌은 수도 카불 공항을 통해 속속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감지됐다.
아프간에서 활동해 온 유엔과 국제적십자사(ICRC) 직원, 비정부기구(NGO) 소속 구호 요원들이 잇달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으며 일부 외국 대사관 직원, 카불에서 활동하던 신문ㆍ방송기자들도 철수 대열에 가세했다.
아랍 국적 소지자들은 서둘러 카불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재앙’을 코앞에 둔 카불의 보통 사람들은 의외로 평온한 모습이었다. 거리와 상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모든 행정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공무원 샤키르 울라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내전과 10년간 계속된 소련과의 전쟁으로 전쟁이라면 이제 이골이 났다”며 덤덤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카불 시민들은 공습에 대비해 생필품을 비치한 지하 벙커에 모여 미국에서 진행되는 사태를 속속 전하는 국영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아프간 시민과 공무원들은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테러를 “비극적인 참사”라고 비난하면서도 미국의 보복공격에 대한 우려는 감추지 않았다.
한편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공격이 임박하자 13일부터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가 아프간 남부 사령부를 떠나 모처로 피신하는가 하면 박격포와 전투기 등을 이동배치 하는 등 속속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기화로 북부 지역 군벌인 아프마드 샤드마수드를 정점으로 타지크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반군세력이 파슈툰인들로 구성된 탈레반 정부를 공격해 또 다시 심각한 내전상황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탈레반 세력은 지난 주 이미 탈레반 군사령관을 타깃으로 카불공항에 대한 공습을 시도한 마당이어서 내전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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