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테러참사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평온을 되찾아가는 가운데 세계무역센터부근에서 장사를 하다 피해를 입은 교민들도 서서히 복구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세계무역센터 근처에서 주류백화점을 운영하던 재미교포 김상국(54)씨는 며칠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주변 상인들과 13일 밤 대책모임을 가졌다.
맨손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27년간 피와 땀으로가게를 마련한 김씨는 “점포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사실이 안타깝지만 다시 일어설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씨는 “가족을 잃고 오열하는 유가족들도 있는 데 이 정도 불행으로 아파한다는 것이 송구스럽기만 하다”며 “우리도 피해자지만 주변 상인들과 성금을 모으고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등 복구작업에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고현장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 큰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온통 먼지로 뒤덮여 가게문을 닫았던 손철근(47)씨는 13일 청소를 하며 영업을 시작했다. 손씨는 특히 붕괴로 점포를 잃은 친구 강모(46)씨를 다독거려 자신의 점포에서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15년 전 미국으로 건너 왔을 때 친구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손씨는 “정상복구까지 1,2년이 넘게 걸려도 함께 일을 할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 상인들도 13일부터 대부분 정상영업을 시작하면서 대책회의를 열고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동포돕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정명순씨는 “한인끼리 서로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가게를 잃어 얼마동안의 일자리를 원하는 교민이 있다면 고용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세계무역센터 부근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박형준(41)씨는 “점포가 입은 직접적인 재산피해는 대부분 보험으로 만회가 가능해 복구작업만 빨리 끝마치면 재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뉴욕한인회 관계자는 “맨해튼에 거주하는 교민들 대부분이 장사를 하고 있어서 테러로 인한 상처가 한인사회에 가장 오래 남을 것”이라면서도 “한인상인들은 대부분 밑바닥부터 올라선 사람들인데 이 정도 어려움을 극복 못하겠느냐”고 낙관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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