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과의 10년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던 아프가니스탄이 존망의 대위기에 봉착했다.그러나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위협과 막강한 전력을 앞에 두고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며 강경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탈레반의 이 같은 태도는 수많은 강대국의 침공을 물리쳐온 천혜의 산악지형을 믿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지정학적으로도 아프간은 서쪽은 이란, 북쪽은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공화국과 중국, 동쪽은 파키스탄과 접경하고 있다.
어느 국가도 미국에게 호락호락 침공의 길을 터줄 나라들은 아니다. 미국의 보복 공격이 역대 어느 군사작전 보다도 어려운 것이 되리라는 관측이 나오는것도 이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국들이 보복을 지지하면서도 지상군 투입을 망설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프간은 국토의 3분의 2가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지대. 파미르고원에서 서쪽으로 뻗어나 있는 힌두쿠시 산맥이 국토의 중앙부를 차지하면서 수많은 산맥이 형성돼 있다.
나라안 곳곳에 난공불락의 요새가 구축돼 있어왠만한 미사일 공격은 평원지대에 비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구 소련이 막강한 화력을 앞세우고도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철수했던 것도 이 같은 지형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반군은 산악에 땅굴을 파고 비밀기지를 구축,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게릴라전으로 소련군의 화력을 무력화시켰다.
미국이 빈 라덴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98년 아프간 남부를 공습했을 당시에도 크루주미사일 1발이 파키스탄으로 떨어지는 등 미사일 공격의 한계도 없지 않다.
빈 라덴을 목표로 한 공격도 그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해안선이 없는 내륙국가이고, 가까운 나토기지도 수천km나 떨어져 있다.
항공기를 이용한 지상군 투입은 지세가 워낙 험난해 대공포화의 집중공세를 감내해야 하고 보급과 지원병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장비의 투입은 어렵고, 그나마 지형상 전투가 게릴라전 위주의 비정규전 양상을 띨가능성이 높다.
군사전문가들은 특히 아프간에서 1,000㎞이상 떨어져 있는 인도양의 항공모함에서 항공기를 통해 병력을 수송해야 하는 것이 지상군 투입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중론과 특수부대 투입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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