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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러 대전 / 한인청년 용기…400명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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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러 대전 / 한인청년 용기…400명살렸다

입력
200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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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은 역시 달랐다.’미 해병대 출신인 20대 한인 동포 청년이 전대미문의‘민항기 테러’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빌딩에서 400여명을 탈출시키는 혁혁한 구조활동을 벌여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올 1월부터 WTC 남쪽 건물 81층의 ‘뱅크오브 아메리카’에서 직원으로 일해 온 조신희(25)씨.

“오전 7시께 회사에 나와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소리와 같은 폭발음이 들리면서 건물이 통째로 흔들렸어요. 지진이 났나했지요.

창문 밖을 보니 먼지구름과 화염까지 치솟고 추락하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초비상 상황”임을 직감한 조씨는 대피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공포에 질려 울거나 넋을 잃고 있던 미국인 등 동료직원 150명에게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자”고 소리치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들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앉아서 (구조를) 기다리겠다’며 꼼짝달싹하지 않았어요. 이러면 죽는다는 생각에 힘을 다해 비상계단쪽으로 밀어냈지요.”

동료직원과 함께 비상계단으로 들어선 조씨는 3~4개 층마다 있는 비상계단 출입구로 사무실에 들어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가만히 앉아 우는 사람. 숨을 쉴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 심장이 아프다는 사람…. 조씨는 이들도 들쳐업고 손을 끌며 비상구로 내몰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조씨가 탈출시킨 사람은 400여명. 40층 정도까지 내려 왔을까. 산소통 등 70㎏정도를 지고 올라온 소방관들이 지쳐서 쉬고 있었다.

이어 FBI(미 연방수사국) 요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상황을 파악해 봐야겠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더니 “안전하지 않다. 무너질 것 같다. 빨리 피해야 한다”며 다급하게 외쳤다.

조씨는 소방관과 FBI요원의 고함소리를 뒤로 한 채 직원들과 함께 1층으로 향했다. 극적으로 빠져 나온 조씨는 어머니에게 ‘살아 있다’는 소식을 처음 알렸다.

그리고 5분여 뒤, 폭격당한 건물이 붕괴하면서 주변을 먼지로 뒤덮었다. 조씨는 그러나 안에 갇힌 소방관들을 떠올리곤 고개 숙인 채 눈시울을 적셨다.

조씨가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것은 8세 때이던 1984년. 95년 12월부터 2년간 미 해병대에서 복무했다는 조씨는 “생사의 기로에서 해병대에서 몸에 익힌 용기와 육감이 큰 도움이 됐다”며 “미처 탈출하지 못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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