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5차 장관급회담을 이틀 앞둔 13일 ‘성의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 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북측이 남북회담 전에 긍정적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북측의 입장 표명은 우선미국의 테러 대참사로 조성된 ‘호전적’ 국제정세를 남북회담을 통해 돌파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즉, 남북관계에 속도를 냄으로써‘대화 가능한 국가’라는 이미지를 제고, 테러 노이로제에 걸린 미국과 불필요한 충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미국 사태에 유감을 표명한 뒤 “유엔 회원국으로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반(反)테러 선언’ 추진을 지시한 것도 북측의 전략적 판단을 활용하면서, 미국의 테러참사가 남북관계에 미칠 반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해석된다.
북측 성명에는 또 남한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지속되길 기대하는 정치적 고려도 반영돼 있다. 8ㆍ15 방북단 사태 이후 남한 내에서 불거진 남남갈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햇볕정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담이 북측이기대한 ‘좋은 성과’ 없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북측은 성명에서 남북관계 소강 상태의 원인을 ‘외세 간섭’으로 규정, 북러공동선언에 들어있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할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남측 회담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정치적 공방 보다는 실무적 협의에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합의했던 사안들이 실행단계에 접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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